[장세련의 독서일기(30)]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학력 인플레로 모두가 지식인입네 자처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어리석은 주장에 휘말려 주위가 혼란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식을 지혜로 변환하지 못한 사람들이 빚는 촌극에 씁쓸할 때도 많다. 어떻게 보나 A가 분명한데도 입담이 좋거나 힘 있는 이가 B라고 우기면 그렇게 믿는 일도 허다하다. 그럴 때 혼자서 ‘아니오’를 외치는 건 무모한 용기로 비난받기 일쑤다. <인생우화>(류시화/연금술사) 속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처럼.
이 책의 무대는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마을이다. 천사의 실수로 바보들만 한 곳에 모여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헤움이다. 이곳 사람들은 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위기를 ‘위기’라는 낱말 대신 축복이라는 말로 바꿔 쓰기로 한다. 그러자 마을이 물에 잠길 위기 속에서도 그들은 태평하다. 위기극복의 상황을 축복대처라는 문제로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의견에 무리가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속의 우화가 풍자와 해학이라는 말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이 책의 우화들은 헤움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저자가 다소 해학적인 부분을 보태서 만들었다. 지독한 가뭄 속에서 나무를 비로 바꿔 부른다거나, 염소와 마소를 침실로 들이는 아내와 이혼하려는 남자가 현자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야기에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자신이 기르는 아흔아홉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갈까 봐 염소와 마소가 풍기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이혼을 작정하다니 말이다. 타협을 모르는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짤막한 이야기들마다 번번이 실소하게 된다. 그럼에도 웃고 넘길 수가 없다. 이야기의 소재나 방향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낯설지 않아서다. 천사가 한 곳에 모아두었던 바보들이 시나브로 전 세계 곳곳으로 다시 흩어지게 된 듯해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 바보의 결정에 휩쓸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런 바보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사람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 앞에서는 헤움 사람들의 해결책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걸 보면. 장세련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