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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일의 말레이시아통신(18)]긴 여정의 코로나19, 희망을 향한 동행

코로나로 통제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유 갈망의 인간본성 한계 다다라 극복 희망과 함께 공동체의식 절실

2021-07-21     경상일보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집 부근에 있는 공용주차장을 지나가는데 느티나무 가로수에서 매미가 울어댄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반가운 마음에 나무 위를 살펴본다. 녀석이 눈치를 채었는지 뚝 소리를 멈춘다. 그러다가 내가 그곳을 벗어나자 다시 울기 시작한다. 한 여름은 매미 소리로 시작되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둘러싸인 도심 어느 땅 속에서 7년을 견디고 땅 위에서 한달여를 살기위해 태어나 여름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단 말인가. 자연의 현상이 주는 이 상황이 경이로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9년여 살아온 말레이시아에서는 매미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늘 여름 날씨라서 덥고 거의 매일 내리는 비로 인해 젖어 있는 땅속에서 매미가 생육하기에는 부적절한가 보다.

이번 여름은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있어서 예전 같은 피서와 가족들의 모임도 힘들게 되었다. 그 상황은 말레이시아가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발병률이 높은 쿠알라룸푸르 지역의 수도권과 일부 지역은 강화된 이동통제명령(EMCO: Enhanced Movement Control Order) 지역으로 선정되어 생필품 구매, 병원, 은행일 외에는 외출이 금지되고 있고, 오후 8시 이후는 통행금지와 유사한 통제를 공권력이 행하고 있으니 그 불편함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정부에서는 델타변이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며 덴탈(Dental) 마스크를 이중으로 착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혹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하루 확진자수가 1만명을 넘어 섰다. 어떤 바이러스 학자는 2주 이내에 2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도 한다.

이미 격리시설은 수용 한계를 초과한지 오래다. 어떤 환자들은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거나 공공건물 주차장을 격리 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회사의 한 간부는 동거 가족이 모두 감염되었는데 그의 부친과 두 삼촌을 같은 날 잃었다는 비보를 전해 왔다. 치명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는 한 동안 10%의 인원만 감시요원으로 출근을 허락하다가 다시 60% 인원으로 가동을 허락했다. 그 대신 매주 두 번씩 코로나바이러스 간이 검사인 항원(Antigen) 테스트를 하여 그 결과가 음성인 사람만이 출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시로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자유를 좋아하는 본성을 가진 인간이 여러 가지 통제를 받으면서 생활하고 또 그 시간이 길어지니 반항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존귀한 게 인간의 생명이니 어쩌랴. 이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규정의 준수는 권고 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백신 접종만이 개인의 감염과 치료 위험도를 낮추는 길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아직 아무도 이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가는 긴 여정의 끝이 언제인지 이야기해 주지 않고 있다. 우리가 긴 여행을 가려면 철저한 준비 즉, 여정에 대한 정보 수집 분석, 자신의 건강 유지, 그리고 여행지의 규범에 따르는 자세 등이 필요하듯이 서두르지 않으면서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극복의 희망을 가지고 생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지속되는 이 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실업자들을 위로하고 도우려는 공동체의식도 필요하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숲속에서 그리고 길거리의 가로수에서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이 아름답게 들리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모두가 행복하게 끝나는 해피엔딩이 이른 시일에 오기를 기원해 본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