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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암각화로 만나는 선사예술(9)]암각화가 새겨진 신성한 계곡

2021-10-13     경상일보
▲ 반구대 암각화 일원.
▲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암각화는 구석기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 현상으로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확인된다. 바위 또는 절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환경과 문화 그리고 삶을 반영하는 기본적인 표현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바위와 절벽이 있다고 해서 아무 곳에나 그림을 새기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암각화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지형 주변에 분포한다. 주로 산, 계곡 또는 넓은 공간에 분포하며 동굴이나 바위그늘 또는 노천에 위치한 절벽이나 바위 등 다양한 환경과 공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암각화가 있는 공간은 그 자체가 제작의 동기이며 결과이기도 하다. 자연 환경은 암각화가 위치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상징적이고 신성한 공간으로서 의미가 더해지고 사람들은 이러한 공간을 찾아와 끊임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엎드린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가 이어지는 높은 산자락과 굽이치는 감입곡류 하천과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절벽이 어우러진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바다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깊은 계곡에서 하천을 따라 분포하는 절벽 가운데 판판한 바위와 자연적인 처마구조를 가진 곳에 그림을 새겼다. 당시 사람들이 매우 신중하게 그들의 의도를 반영한 특정한 장소로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의미는 선사시대를 지나 역사시대까지 이르게 되며, 어쩌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대곡리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를 볼 때 바위에 새겨진 동물과 기하학적 그림만이 아니라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와 절벽, 하천과 계곡,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하나의 공간으로 보아야만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가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유산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