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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련의 독서일기(33)]등대여행의 길라잡이

2021-10-18     경상일보
▲ 장세련 아동문학가

등대, 라고 중얼거리면 두 가지 낱말이 떠오른다. 외로움과 희망이다. 다소 상반된 느낌의 두 낱말이 생뚱맞은 듯하면서도 성격 다른 두 사람의 우정처럼 어울린다. 떼어놓고 생각하기엔 왠지 한쪽이 기우는 느낌이다. 캄캄한 밤 등대는 땅의 끝자락에서 홀로 불을 밝힌다. 외로움을 운명처럼 안고 선 채 캄캄한 바다를 항해하는 뱃길에 희망을 전하는 등대. 그 외로움과 희망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 있다. ‘이지원의 등대기행’이다. <지상의 끝자리, 그곳에 등대가 있었네>(이지원, 휴면컬처아리랑). 제목에서 외로움과 희망이 제대로 읽힌다.

어느 행사장에서 받은 ‘등대여권’이 등대여행의 계기가 되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전국 15개 등대의 초대장처럼 설렘으로 시작한 등대여행. 자석에 들러붙는 쇠붙이처럼 이끌려서 시작한 1년여의 담담한 일정이 편안하면서도 공감을 불러낸다. 물론 전국의 15개 등대를 찾아가는 길이 편안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은 글 속에 잘 버무려진 저자의 심성 덕분이다. 녹록치 않은 여정에도 포기나 실망은 없다.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꼭 등대를 보고야 말겠다는 깡도 없다. 바람 때문에, 승선인원이 적어서, 배가 뜨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럴 때는 다음을 기약할 뿐이다. 그런 자세에서 인생은 느긋하게 기다릴 때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음을 읽는다.

등대는 땅의 끝이며 바다의 시작이다. 땅과 바다는 상반되는 느낌이다. 변화무쌍한 바닷길을 달려야 닿는 곳에 자리한 등대가 대부분이다. 그 자리에서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인지라 대한민국에는 국토의 면적에 비해 등대가 많은 듯하다. 어디서 오는 배든 등대에서 내보내는 소리나 불빛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막막한 방황의 길에서 만나는 등대가 얼마나 반가울지 짐작이 간다.

저자의 등대기행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자연의 이치와 베풂을 깨닫고, 더불어 삶을 배웠음을 고백한다. 등대여행은 사람과 부대끼는 것이 편치 않은 이 시대에 권장할 만한 여행인 것 같다. 그 길에 이 책을 들고 나서면 편안한 안내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날, 새로이 등대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그들에게 이 책이 또 하나의 등대가 될 거라고 감히 말한다. 장세련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