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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련의 독서일기(34)]직업에 대한 자부심

2021-11-22     경상일보
▲ 장세련 아동문학가

복권당첨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종이에 적힌 번호를 체크하거나, 얇게 덧칠한 음영부분을 긁으면서 기대감을 갖는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 맞기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복권가게를 들락거리는 이유이리라. 그러다 어마어마한 당첨금으로 한순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런 가운데 당첨금을 제대로 관리하면서 사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행복을 금전적인 잣대로 재거나 가치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뜻밖의 행운을 만나더라도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베트의 만찬>(이자크 디네센/문학동네)은 복권에 당첨된 가정부 바베트의 이야기다. 바베트는 프랑스 제일의 요리사다. 프랑스 혁명의 물결에 떠밀려 낯설고 물선 노르웨이의 시골마을 가정부로 가게 된다. 철저한 금욕주이자인 자매는 가정부를 들일 형편이 되지 않지만 바베트는 기꺼이 자매의 집안일을 돕는다. 그러던 중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어 거액이 생긴다. 곧 떠나리라 여겼지만 바베트는 당첨금을 탈탈 털어 특별한 만찬을 준비한다.

바베트가 과연 프랑스 제일의 요리사라는 건 만찬으로 증명된다. 무엇보다도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섞는 데서 드러나는 것 같다.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사람들이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자신의 돈을 가난한 자매를 위하여 다 쓴 바베트가 어이없어 보이긴 하다. 복권 당첨금을 만찬 준비로 다 쓰고 하는 말이 언뜻 변명처럼 들린다. 나 같으면 어림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베트의 말에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자신의 요리에 그만 한 자부심을 갖고 산다는 걸 깨닫게 한다. 그동안 요리사로서 제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지 못한 전문직 여성의 자긍심이 느껴지는 한 마디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는 것. 모든 사람이 지녀야 할 가치관이며 덕목이다.

그런 그녀가 준비한 만찬은 사람들의 입보다 마음을 흐벅지게 한다. 돈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바베트. 그 모습은 어떤 전문직 여성의 모습보다 당당해서 독자를 흐뭇하게 한다.

장세련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