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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암각화로 만나는 선사예술(11)]대곡리암각화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

2021-12-15     경상일보
▲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25일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어느새 반세기가 지났다. 물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암각화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러 모양으로 자리 잡은 대곡리 암각화는 즐거움도, 기쁨도, 아픔도 같이 겪으며 늘 우리 곁에 있어온 선조의 유산이다. 다만 우리 기준의 새로운 역사로 50년의 시간을 또 보내오고 있을 뿐이다.

대곡리 암각화가 지내온 시간은 7000년. 가늠하기 어려운 긴 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른 암각화는 오늘이 정착지가 아니기에 다음 세대에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다음 세대또한 대곡리 암각화라는 유산을 누릴 권리와 동시에 이를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의무도 가지게 된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곡리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계곡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해 우리의 후손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문화재로 보호받고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수많은 그림들이 가지는 의미와 이에 투영된 사람들의 삶과 공간의 역할 등 다방면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오랜 시간 물의 영향을 받아왔던 대곡리 암각화가 온전히 보호 받을 준비가 되면서 암각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지켜야 할지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뿐만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사람들의 손끝에서 그들과 교감하면서 새겨진 암각화가 현재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가진 유산으로 사람들에게 그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우리의 몫이다.

이를 위해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애정과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가 걷고 있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이를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 결실을 달게 맺기를 바란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