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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35)]영혼과 사후세계

2022-01-03     경상일보
▲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사람의 죽음은 무엇일까? 심장과 뇌의 정지로 인해 모든 생물학적 기능이 정지되어 흙으로 흩어지는 자연적인 과정일까? 아니면 영혼으로 불리는 진정한 내가 신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또 하나의 시작일까? 영혼에 대한 믿음은 그 기원을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다. 역사적으로 플라톤,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가 그런 영혼을 이론화하고자 했다.

영혼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에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고, 한 개인의 모습과 삶의 내용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며, 물리세계에 인과적인 힘을 행사하는 존재로 이해되어왔다. 만일 영혼이 있다면,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사후세계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듣는 귀신 목격담은 무섭기도 하지만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신경외과 의사인 이븐 알렉산더 교수가 직접 겪은 사후세계에 대한 임사체험을 담은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현대 학계에서는 영혼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선 임사체험 같은 체험은 보통 두뇌활동의 결과물로 설명하려고 한다. 두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면 빛을 보거나, 소리가 들리거나, 몸이 가벼워진 듯한 경험을 한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불필요한 전제가 적은 설명모델을 선호하기 때문에 영혼-가설보다는 두뇌-가설을 선호한다. 철학계에서 영혼을 지지하는 인간론, 즉 실체 이원론은 거의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왜냐하면, 첫째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 영혼과 공간을 점유하는 신체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영혼이 어떻게 신체에 인과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기, 듣기, 기억하기 등과 같은 특정 정신적 능력은 특정 두뇌활동을 토대로 실현된다는 사실이 신경과학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에 영혼을 가정하지 않고도 인간의 정신 활동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학술활동의 결과물은 가끔 우리의 상식이나 바람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이 물질에 대해 아직 완벽하게 알지 못하므로 영혼에 대한 판단도 유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