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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건의 미래도시(1)]‘과거’가 결정하는 도시의 미래

단체장 안목·철학이 곧 도시 미래 도시는 유기체…투자 아닌 삶터로 집단지성 작동하면 위기극복 가능

2022-01-26     경상일보

2022년은 대한민국 선거의 해다. 3월9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고, 이어서 6월1일은 제8회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대형 선거가 2개나 있는 올해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는 해다.

그런데 대통령과 시장, 도지사와 같은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임기 중에 모두 나라나 도시의 운명을 바꿀 많은 결정을 하게 되는데, 정작 그들은 자기가 관리할 나라나 도시의 미래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는지 늘 궁금하다. 나라는 차치하고 이 글의 큰 주제인 ‘도시의 미래’는 실은 선거공약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당선자의 안목이나 철학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단체장을 선택하는 사람은 유권자들이니 결국 우리 자신의 선택이 우리 삶터인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단체장이 아닌 일반 유권자, 즉 시민들은 자신이 일생을 보내는 도시의 미래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필자의 편견일 수 있지만, 보통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혹은 여유자금이 있어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데 어느 지역이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이런 쪽에는 관심을 두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안온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이 유지되고 스위트 홈에서 가족과 이웃, 친지들과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꾸는 이는 생각 밖으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수년전 스스로 구상해서 지은 지금의 집에서 일생을 보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집 주변이 불편이 없을 정도로 개발되는 것은 고마우나 내가 사는 동안은 재개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더해서 편리한 대중교통 노선이 가까이 있고, 적당한 크기의 슈퍼와 편의점이 도보권에 있고, 보건지소나 약국 정도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 좋겠다. 물론 오래 사귄 친구 한 둘은 가까이에 살고, 이웃들도 모두 염치를 아는 좋은 사람들이면 좋겠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어서 지역이 소멸한다면 이런 소박한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울산은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인구가 줄곧 감소하고 있다. 실은 인구 감소를 눈으로 실감한 적이 있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2006년 3월의 일이다. 아이들이 운동장에 줄서 있는데 1학년 줄이 6학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이제 그 아이가 대학 졸업할 나이가 되었으니 인구 감소는 이미 오래전 시작되었지만 우리 모두 모른 척 했던 것이다.

울산의 산업은 또 어떤가. 1월27일은 만 60년 전 울산군 울산읍과 대현면 일대가 군사정부에 의해서 특정공업지구로 지정, 고시된 날이다. 시골 읍이 세계적인 공단으로 성장하는데 60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동시에 전성기도 이미 지나버렸다. 울산공단은 울산 사정은 아랑곳없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택해서 집중 개발해서 만들어졌다. 공단개발 60년이 지난 오늘날 너무 거대하고 노쇠한 국가산단을 회생시키기에는 울산시라는 지방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걱정이다.

울산과는 성격이 판이한 도시도 요즘 사정이 어렵다. 필자가 만 7년을 살면서 공부했던 일본 교토시 이야기다. 교토는 시 재정이 파산지경이라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해서 그렇다고 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도 문제지만, 연간 6천만 명이나 되는 외지 관광객이 찾던 역사관광도시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단다.

도시는 흔히 생로병사가 있는 유기체에 비유된다. 항상 변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눈부신 발전도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병도 들고, 어느 날 갑자기 멸망의 길을 걷는 것이 도시다. 하지만 도시는 작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훌륭한 리더가 있고, 그 리더를 움직이는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하면 상당한 위기도 극복 가능하다. 다만, 리더는 도시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도시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미래는 오지 않았고, 현재는 항상 찰나로 지나가므로 과거가 유일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도시가 걸어온 길도 도시의 미래를 찾아줄 열쇠가 된다. 도시가 거쳐 온 길을 통해서 도시의 미래를 점쳐 보자.

울산도시공사 사장·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