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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칼럼]태화강역 KTX노선 딜레마-도시 백년대계와 주민편의 사이

KTX·SRT노선 태화강역 운영안은 제2도심 개발 차질과 주민불화 예상 시는 지선정국에 앞서 빠른 결단을

2022-03-30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논설위원

울산역으로 가는 KTX노선의 일부를 태화강역으로 돌리자는 민원을 놓고 울산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자칫 주민들간 불화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딜레마는 빨리 빠져나올수록 좋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방선거 기간 내내 KTX노선의 분배를 놓고 주민들이 사분오열될 수도 있다.

이번 ‘뜨거운 감자’는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에 의해 제기됐다. 울산시당은 최근 울산시에 KTX·SRT 노선을 태화강역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한국철도공사에 요청해 달라고 제안했다. KTX울산역으로 향하는 KTX·SRT 노선 일부를 신경주에서 분기해 태화강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울산시당의 제안은 충분히 일리 있는 것이다. 동구와 북구 주민들 대부분과 남구·중구 주민들 상당수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화강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 확실하다. 안 그래도 동구·북구 주민들은 KTX울산역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터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언양을 비롯한 서부 권역은 급속도로 쪼그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KTX울산의 노선이 줄어들수록 서부권의 인구는 감소하고 그럼으로써 이 일대의 기반시설도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범서 선바위 지구 개발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울산시는 벌써부터 선바위 지구에 각종 전략기반시설을 생각해왔다. 산업 연구시설과 의료시설 등 뿐만 아니라 UNIST와 KTX울산역 일대 복합특화단지, 삼남면 일대를 연결하는 산업벨트를 준비해왔다.

만일 KTX울산역의 노선 수가 줄어들 경우 서부권 주민들의 심리적인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KTX울산역을 품고 있는 서부권은 울주군 언양·삼남·상북·삼동·두서·두동지역을 일컫는다. 지난해 울산시가 발표한 ‘2035년 울산도시기본계획’은 이 일대를 제2 도심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당시 울산시는 “서부권의 경우 도로나 철도 등 교통망을 비롯해 개발 여건이 양호하고 가용 자원도 풍부해 새로운 도시 형성에 따른 인구 유입과 외연 확장이 용이하다고 판단했다”며 “서부권을 새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상황에서 시가 KTX울산역 노선을 재분배할 경우 서부권 주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다 줄 것이 확실하다. 이들은 울산의 중심이 다시 제1도심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권역 주민들은 태화강역에 KTX노선이 오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오는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군수 후보자들은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에서 KTX노선의 태화강역 배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KTX노선이 태화강역으로 온다면 울산시민 절반 이상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이 내놓은 제안은 울산시가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 제안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울산시의 고민이 더 깊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 태화강역으로 돌려놓은 노선을 다시 울산역으로 되돌려놓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교통수단은 한번 이용하면 그 관성이 있어 계속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현실적인 편익도 중요하지만 울산이라는 도시의 백년대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울산시는 일단 울산시당의 제안을 검토만 하고 있다고 한다. 딜레마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본격적인 지방선거의 회오리에 말려들기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문제가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