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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의 경제옹알이(18)]개방된 청와대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자

마르세유·산토리니·바르셀로나 등 유럽 유명 도시 관광지엔 어김없이 어린이놀이터·회전목마 등 한자리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놀이터 마련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에겐 큰 위안 개방된 청와대·도심 등 놀이터 조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함께 고민을

2022-07-08     경상일보
▲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청와대가 개방되었다. 나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개방된 청와대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는 파로 궁전이 있다. 마르세유 항구가 멋지게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넓고 시원하게 지어져 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참 좋은 입지다. 나폴레옹 3세가 황후를 위해 지었다고 하니, 나폴레옹 3세도 좋은 입지라는 것을 알았을 듯 하다. 지금은 공원으로 사용되고 있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공원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어린이들은 파로 궁전의 놀이터에서 논다. 왕족 혹은 귀족만을 위한 공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생겨 어린이들도 공간을 공유한다.

권력자만을 위한 공간이 시민들에게 공유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더 의미가 있어 보였던 것은, 그 장소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어린이들은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요구하기 어렵다. 어른들은 사실 잘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그 입지 좋은 부동산에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어쩌면 이는 권력자를 위한 공간이 시민들에게 공유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한다. 시민에게 개방된 청와대에도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자고.

유럽에 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럽의 도시들은 어린이들과 가장 비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가장 좋은 부동산 입지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 근처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 그리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산토리니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다. 가장 좋은 입지는 아니지만 잘 개발하면 매우 많은 부동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곳에 돈이 전혀 되지 않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다. 그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의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가장 비싼 공간을 경제력이 없는 어린이들과도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회전목마라는 형태로 도시의 핵심 관광지에, 가장 좋은 부동산 입지에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회전목마는 성인들에게는 재미없는 놀이기구다. 아이들도 머리가 좀 크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무척 재미있어하는 놀이기구다. 만약 강남역과 같은 우리나라의 가장 비싼 부동산 입지에 어린이들을 위해 공간을 공유한다면 회전목마는 더 이상 최적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회전목마를 설치했고, 여전히 운영 중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개인적으로 젊었을 때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회전목마는 나에게 잘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에 가니 회전목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다. 회전목마를 타고 나면, 아이들은 여행에 대해 확실하게 적게 불만을 가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미혼 여성들에게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여행을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정말정말 힘들다. 많은 부모들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나가는 것을 꿈조차 꾸지 않는다.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것이 편하다. 국내 여행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아이가 비행기에서 울기라도 하면 비행기 승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한다. 차를 타고 다녀도 마찬가지다. 차를 타는 것은 아이들에게 전혀 재미가 없다. 아이들은 재미없다고 짜증을 내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고, 배가 고프다고 하고, 아프다고 하면서 어떻게든 차에서 내리려고 한다. 유튜브를 보여준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미 필요 이상으로 많이 유튜브를 보여주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보여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프랑스의 고속도로에는 휴게소에 놀이터가 있고, 다음 놀이터까지 몇㎞가 남았는지 표지판으로 알려준다. 처음 다음 놀이터까지 13㎞가 남아있다는 표지판을 보았을 때는, 내 눈을 의심했었다. 설마 진짜일까 했다. 진짜였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정부가 진심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차에서 지루해하는 아이들에게 13㎞만 더 가면 놀이터가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하면 아이들도 납득하고 좀 더 잘 기다렸다. 잘 꾸며진 고속도로 놀이터에서 행복해하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부모들도 행복해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고 표지판을 만드는 것이 최적의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은 바로 느낀다. 정부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어떻게든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어쩌면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바르셀로나 근교 도시에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시의 중심 광장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도시의 중심광장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으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토요일 저녁에 유모차를 끌고 도시의 중심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는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노천 카페가 있었고, 부모들은 노천 카페에서 밥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 도시의 많은 부모들은 토요일 저녁을 부분적으로나마 즐길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생각해 보았다. 아이 둘을 키우는 내가 토요일 저녁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도심에서 유모차를 끌고 편안하게 즐긴 적이 있었는지를. 없었다. 꿈도 꾸지 않았다.

젊은 여성과 남성들이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가장 놀기 좋은 시절에 놀고 싶은 만큼 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철이 없다며 부모님이 등짝을 때리면 해결되는 문제였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젊은이들은 정말 게임을 마음껏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도시의 중심부에 놀이터를 만들고, 수없이 많은 규제를 뚫고 유럽처럼 노천 카페를 만들어도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 잃어버린 토요일 저녁을 정부가 조금이라도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고마워 할 것이다.

개방된 청와대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든다고 저출산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충분할 것이다. 권력자를 위한 공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더 나아가 어린이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이다. 기왕이면 노천 카페도 만들어서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와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며 밥도 먹고 음료도 마실 수 있게 만들자. 청와대뿐만 아니라 도시의 중심지에도 만들자. 그런 마음과 정책들이 모여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든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