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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영의 미술산책(70)]‘채소무기’가 전하는 평화

2022-07-20     경상일보
▲ Vegetable Weapon: Mutton hot pot / Beijing, 2002

작가는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작품의 모델이 될 지역여성들과 함께 장을 본다. 여성들이 선택한 현지 요리의 재료를 결합하여 ‘총’을 만든다. ‘총기’를 들고 ‘총격사건’이 연출된 장면을 작품사진으로 남긴 후, ‘총’은 본래의 ‘채소와 갖가지 식자재’의 상태로 해체한다. 해체된 식자재들은 조리과정을 거쳐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이 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전투 장면의 패러디는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평범하고 상호 작용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오자와 츠요시(1965~)의 작품 ‘채소무기’(vegetable weapon 야채 및 기타 재료로 만든 총을 들고 있는 여성의 초상화 사진 시리즈) 작업의 핵심이다. 이 프로세스는 전 세계인들과 서로의 문화나 관습을 향한 편견을 최소화하고 소통하기 위함이며, 서로의 음식문화의 소개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 나라 식재료로 대표하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 자체가 ‘평화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믿는다.

작가는 911테러사건을 계기로 ‘폭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고, 이와 같은 작업을 2001년부터 시작했다. 채소를 비롯한 갖가지 재료로 만든 총을 들고 있는 여성의 초상화 사진 시리즈를 들여다보면, 형태만 전쟁을 떠올리게 할 뿐,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공격 기능을 하지 못하는 총을 보여줌으로써 ‘과연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묻는다. 이 작업의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오자와츠요시의 작품 ‘채소무기’ 시리즈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 폭력과 혐오가 팽배한 오늘의 사회를 예술은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주제로 하는 전시 ‘예술 평화 : 0시의 현재’를 통해 울산시립미술관 1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