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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43)]사라지는 말들

2022-08-29     경상일보
▲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언어는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 현상 변화에 따라 신생, 성장, 사멸한다. 어떤 단어는 긴 세월 동안 변화해서 정착하고, 일부 단어는 문화 현상에 따라 생성했다가 언중의 관심이 미약해지면 자연히 도태되어 활용하지 않는다. 잊혀가는 낱말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각 단어를 사용한 언중의 역사와 시대 상황을 되돌아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를 벗어날 수 없다. 그 역사의 증인이 언어이다.

2020년 1월호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하던 유종호 교수 수필이 <사라지는 말들>(현대문학)로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해방 전 태평양전쟁 시기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시기에는 6·25전쟁을 경험했다. 우리 근현대사를 지켜본 영문학자이며 평론가이다.

책은 이백여 개의 표제어로 구성했다. 각 단어의 생성 배경과 용례, 시대적 상황을 적고 있다. 동지섣달에 태어난 아이의 나이를 ‘설은살’이라 한다. ‘설다’의 뜻은 익숙하지 못하다와 제대로 익지 않다이다. 선무당, 선밥, 선김치, 선잠 등이 용례다. 반대로 정이월에 태어난 아이의 나이는 ‘오진살’이라 한다. 알차다는 뜻의 오지다에서 온 말이다. 명태는 이름이 많다. 잡은 그대로는 생태 또는 선태, 얼린 명태는 동태, 말린 명태는 북어, 새끼 명태는 노가리라 한다. 겨울철 찬바람에 거의 한 달 동안 노출시켜 노랗게 되면 황태, 노랑태, 더덕북어라 칭한다. 겨울에 무를 얼지 않게 하려고 땅을 파서 필요한 양의 무를 넣어두고 입구를 짚이나 가마니로 단단히 봉해 둔다. ‘무 구덩이’라 한다. 무가 바람이 들거나 얼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지혜다. 막걸리 제조 최종 단계는 독 위에 채를 걸고, 숙성된 지게미를 넣고, 맑은 물을 위에서 부어 그 농도를 조절한다. 양조장에서는 채에 바쳐둔 지게미를 손으로 눌러 짠 후 지게미를 버린다. 이 ‘술지게미’는 닭 모이로 사용했다.

마을 전통시장이 서면 악극단이 와서 차력술이나 노래 공연도 하면서 여성 화장품을 팔았다. 이외에도 당시에 구하기 어려운 의약품도 팔았다. 피부가 헐거나 종기에 특효약이라면서 ‘고약’을 팔았다. 검은 고약 덩어리를 기름종이에 녹여 상처에 붙여 두면 고름이 빠져나왔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모어 즉 부족 방언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이른바 애국심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기를 간구한다’라고 적었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