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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41)]비비안 마이어의 시선

2022-09-05     경상일보
▲ 김남호 철학박사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에게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수줍은 천재’, ‘은둔형 사진가’, ‘셀피(selfie)의 원조’ 등등. 마이어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고, 평생 보모로 일하며 15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2007년 작은 경매장에서 우연히 그의 사진을 낙찰받은 아마추어 역사학자 존 말루프에 의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마이어가 사용했던 카메라 중 하나는 ‘롤라이 플렉스’라는 중형 카메라이다. 카메라를 명치나 가슴 쪽에 놓고 고개를 숙인 채 카메라 위쪽에 있는 뷰파인더로 보며 사진을 찍는 방식이다. 마이어의 사진에는 당시 뉴욕에 살던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연예인, 부자부터 이름 모를 행인까지.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많이 찍혔다. 주로 거울이나 전시장 유리에 비친 모습이다.

그는 왜 사진을 찍었을까? 대개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결과물을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한다. 그때의 기억, 느낌, 감정을 다른 이와 공유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마이어는 평생 자신의 필름을 인화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미공개 필름이 많이 남게 되었다. 누군가는 필름을 인화할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사용했던 라이카, 롤라이 카메라의 가격을 생각했을 때 그런 이유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마이어는 사진기를 손에 들고 거리를 방랑했고, 원하는 순간에 셔터를 눌렀다. 처음 보는 사람의 뒷모습, 옆모습, 앞모습 등을. 이 사진은 인류의 보석 같은 문화자산으로 남게 되었다.

마이어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미적인 시선’의 소중함이 아닐까. 일상의 단조로움, 평범함은 내가 나만의 시선으로 우주에 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미적인 시선’ 혹은 ‘미적인 태도’로 일상을 바라보면 종교적 계시처럼 그 놀라움이 드러나게 된다. 삶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은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사진기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려 했던 마이어의 인생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남호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