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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42)]아모르 파티

2022-11-07     경상일보
▲ 김남호 철학박사

어쩌면 우리에게 한 유명 가수의 노래 제목으로 더 익숙한 표현 ‘아모르 파티’는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소위 중독성이 강해 입시철 금지곡으로 선정되기도 했을 만큼 유명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표현은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철학자 니체가 강조했던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니체는 우리가 스스로 ‘자유롭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마치 포수의 글러브를 향해 날아가는 야구공이 자신이 자유롭게 날아가고 있다고 믿는 착각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이미 수많은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선택과 우연히 발생한 사건과 만남으로 가득한 내 삶의 이야기는 내가 스스로 창조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촘촘히 얽히고설킨 조건들에 의해 발생한 결과물이다. 다만 인간 지성의 한계로 인해 그 조건들을 모두 알지 못해서 자유롭게 산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각자의 인생에서 쓰이는 이야기는 곧 나의 운명이다. 그걸 나는 묵묵히 인정하고 견딜 수밖에 없다.

물론 정말로 인간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능력, 즉 자유의지가 없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러나 니체의 운명론이 가끔은 마음에 사무칠 때가 있다. 인생은 마치 파도 넘기의 연속과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큰 파도를 한 번 넘고 안도할만하면, 또 다른 파도가 눈앞에 나타난다. 저 파도만 넘으면 정말 살만하겠다 싶지만, 또 다른 파도가 다가온다. 하지만 파도에 죽을 것만 같던 시기도 어느 정도 지나고, 파도타기에 익숙해지면, 내 삶을 제삼자가 보듯 관조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나는 파도를 넘었다. 아니 ○○○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살았다. 그 모든 것이 마치 그의 운명인 것처럼. 나는 울고 웃었다. 아니 그는 울고 웃었다. 나는 좌절하고 또 이루었다. 아니 그는 좌절하고 또 이루었다. 내가, 아니 그라는 사람이 언젠가 우주에 있었다.

내 삶을 마치 하나의 운명처럼 관조하다 보면, 내 삶이 예쁜 삶이었는지, 못난 삶이었는지가 보인다. 마치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듯. 자유의지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선한 삶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내 운명이 무엇인지 살아봐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김남호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