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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1)]신세대의 MBTI 심리검사 열풍

MBTI 공개하며 이해·소통 시도하는 젊은세대 관점에서 정치인 성격 분석 정치현상 분석에 참고자료가 될 수도

2022-12-14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요즘 젊은 세대는 누구를 만나든 MBTI를 묻는다고 한다. 이 검사가 완전히 신뢰할 만한 심리검사는 아니라는 반박도 있으나, 신세대들이 ‘과몰입’하고 있다. 특히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MBTI를 공유한다”는데, 이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졸업후 진로적성과 직장내 상사와 팀원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자신을 은폐하면서 뒷담화나 모략을 꾸미던 꼰대 선배들과는 다르게, 솔직하게 나는 이러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서로 쉽게 소통하자는 긍정적 의미가 훨씬 크다. 폭발적으로 새로운 대인관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MBTI 검사에서는 좋은사람-나쁜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에너지 방향, 인식기능, 판단기능의 특성 등이 다를 뿐이다. 검사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 참고만 하면 된다.

한 신문에 따르면, 현 대통령 후보시절 ‘후보의 MBTI 유형’을 ENFJ라고 답변한 영상이 공개됐다. 이어 ‘카리스마와 충만한 열정을 타고난 리더형’이라고 전했다. 물론 후보측의 희망섞인 홍보전략이다. MBTI는 미국 심리학자들이 만든 성격유형검사로,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8가지 지표를 조합해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ENFJ는 ‘외향 Extraverted+ 직관 iNtuitive+ 감정 Feeling+ 판단 Judging’의 첫 글자 조합이다. 통상 사교적이고 언변이 좋고, 사람을 이끄는 전형적인 리더십을 가진 성격으로 분류된다. 이 유형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취업정보회사인 인디드(indeed.com)에 따르면 ENFJ유형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 특징을 참고하여 윤 대통령의 성향을 분석해보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현상을 분석하는데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다. 1) 타고난 지도자(Natural Leader)형이라고 한다. 강한 성격이며 사람들과 연결 능력이 높고 질서와 최고를 추구한다고 한다. ‘사법시험 9수 끝에 합격’ ‘권력수사 마다않는 강골 검사’라는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신문 제목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우리와 너희’라는 대립구조를 만드는 단점도 가진다. 2) 카리스마가 있다(Charismatic). 열정적으로 일하고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고, 그룹으로 일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이라는 특수조직에서 상명하복과 조직일체를 추구해왔던 성격과 들어맞는다. 남의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특징도 있는데, MBC사태가 그 예증이라 할 수 있다. 3) 감정이입이 강하다(Emphatic). 자신과 다른 구성원과 감정이입이 강해서 함께 일하는 동료나 부하들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본인과 인연을 맺었던 검사들 중심으로 검찰청, 공정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각종 정부 부처에 소위 ‘내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배치한다. 한편, 감정기복이 심하고, 사람을 맹신하는 편이어서 공사구별을 못하는 단점을 보인다. 4)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People-loving). 외향인간의 특징으로 친교가 넓고 활동에너지가 넘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술과 친구 좋아하는 고시신선’으로 불리면서 여야 정치인-도인까지 광범위 교분을 가졌기에 대권을 성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기자신은 관리못하는 단점도 있다. 5) 조직적이다(Organized). 업무를 리스트, 계획서, 스케줄 형태로 조직화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정치초년생이 대정당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성격특성 덕분으로 보이나, 다만 집착이 심하고 오지랖이 넓은 단점도 지닌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사람의 성격 특성도 양면성을 갖는다. 전형적인 리더유형이라 말해주면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를 짓지만, 조직내에는 늘 좋은 상사와 나쁜 상사가 있기 마련이다. ENFJ유형을 통상 영웅(Protagonist)유형이라 하지만, 심성을 나쁘게 쓰면 악당(Villain)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