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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80)]경주 천군동 동·서 삼층석탑

2022-12-23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보문관광단지와 경주월드 맞은편 천군동 들녘에는 두 기의 석탑이 있다. 이중 기단 위에 삼층의 탑신을 지닌 통일신라의 일반적 형식을 보여주는 쌍탑이다. 8세기 이후, 새로운 변화를 보이는 석탑으로 장엄하고 무게가 느껴진다. 사찰에 관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동네 이름을 따서 천군동 동·서 삼층석탑이라 부른다.

보물로 지정된 천군동 탑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함께 간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데 왜 몰랐지?’ 모두 의아해 한다. 경주 시민들도 잘 모르는 문화재다. 천군동 앞으로 보문호를 끼고 수많은 차들이 오간다. 이 길을 지나다 차창으로 두 탑이 스치면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곤 했다. 천군동 도시개발로 펜스를 높이 두른 후에는 일부러 좁은 길을 찾아 들어가 안부를 물어야 한다. 동네 곳곳에 펜션까지 들어서 예전의 고즈넉함은 사라져 버려 안타깝다.

절터에 서면 탑보다 높이 솟은 롤러코스트 기구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쾌락을 추구하는 놀이공원이 석탑과 너무 가까워 어색하고 불편스럽다. 하지만 쌍탑이 조성되던 그 때, 천군동 절집은 시대의 핫플레이스였을지도 모른다. 알천 주변의 넓은 평지에 자리한 절집은 새로운 문화가 꽃피는 장소였다. 상륜부까지 완벽했을 석탑과 여러 석조물, 금당의 부처며 곱게 입힌 단청도 볼거리를 제공해 나들이를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 아니었을까. 천군동은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신라 왕궁을 지키기 위해 천명의 군대가 주둔하던 곳이었다. 날마다 북적북적 사람이 넘쳐나는 군사 도시의 면모도 갖추었다. 그렇다면 건너편 유원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휴일을 맞아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려고 경주월드를 찾은 사람들이 많다. 겁에 질린 비명과 함께 들뜬 함성 소리가 절터로 날아든다. 롤러코스트가 수직 낙하도 하고 360도 거친 회전을 하는 모양이다. 햇빛 밝은 날에는 삼층석탑도 독락의 즐거움은 누릴 수 없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