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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영의 미술산책(76)]다니엘 뷔렌의 인-시튜(In-situ)

2023-01-18     경상일보
▲ Daniel Buren 가변설치, 2014.

겨울방학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생활을 찾고 있다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전시를 추천한다. 다니엘 뷔렌은 미국, 유럽 등 60여 개 국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뷔렌은 작업 초기에는 원형과 줄무늬를 조합하며 작업의 간결성을 방법론적으로 구축해 나갔고, 작품을 수용하는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인-시튜’(In-situ, 라틴어로 제자리에 혹은 본래의 장소)라는 개념을 고안했는데,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티브가 됐다. 뷔렌에게 있어 인-시튜는 특정 장소를 위한 혹은 그 공간에 특화된 미술을 가리키는 의미다.

1층 어미홀에는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형 블록들이 전시돼 있다. 어떻게 운반했을까? 현장에서 작업을 했을까? 참여형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좀 아쉬움은 있다. 사이사이를 걸으며 다른 블록들을 바라보면 다른 시점으로 관찰할 수 있어 흥미롭다. 2~3층으로 올라가면 전체 샷을 찍을 수 있다. 1층 전시실 외벽에는 다니엘 뷔렌의 어록들이 텍스트로 전시되어 있어 그의 작품관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장편필름인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의 러닝타임은 총 6시간30분이므로, 부분만 관람해도 괜찮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또 다른 전시공간에는 거울이나 플렉시글라스 등으로 사물을 비추거나 파편화하는 재료들로 전시돼 있다. 거울을 통해 작품은 관람자와 공간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 이 전시장에서는 시각적인 도구를 활용하여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아이들과 즐기기에 충분히 좋다. 관점, 공간, 색상, 빛, 움직임, 환경, 투영현상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작품과 공간의 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작업들이다.

국내 국공립미술관으로는 최초로 개최하는 뷔렌의 개인전이다.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와 설치작품인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아시아권으로는 최초로 소개된다. 오는 29일까지 대구미술관(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40)에서 진행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