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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45)]지역 인문학자의 역할

2023-02-06     경상일보
▲ 김남호 철학박사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예술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면서 사진예술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난 뒤에 사진을 틈틈이 찍었다. 여러 계기를 통해 결국 2022년 한 해 동안 서생면 평동마을에서 물질로 생업을 잇고 계신 해인(海人)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다. 보통 제주도 해녀(海女)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울주군 서생면에도 해녀들이 제법 있다. 평동마을에는 3대째 물질을 하고 있는 해남(海男)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해녀라는 단어보다는 해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1년 동안의 사진작업은 올 2월에 ‘평동마을의 해인들’이라는 사진집으로 출간되었다. 작업을 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의 역할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전문 철학자로서 연구논문을 쓰고, 강연을 해왔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해인에게는 자신의 삶과 해인문화를 사진을 통해서 정리하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은 본래 고대 그리스에서 사람을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유용한 지식을 전하고, 공유하며, 향유하는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무엇이 인문학 안에 포함되는 가에 관해서는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중세 시대 등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데에 유익한 지식과 지혜를 추구한다는 점일 것이다.

로컬 브랜드라는 말도 요즘엔 자주 언급된다. 서생면의 해인문화는 훌륭한 로컬 브랜드가 될 만하다. 다만 로컬 브랜드는 단순히 경제적 이윤 추구와만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다운 삶이 없이, 단순히 돈의 논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역의 원주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 인문학이 필요하다.

필자가 작업한 사진집을 손에 들고 한 장씩 넘겨보는 해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진집은 자기자신과 또 지인과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매개체가 될 것이다.

지역에 애정을 갖고, 그 문화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 지역은 단순히 돈을 버는 장소여서는 안 된다.

김남호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