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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83)]청도 봉기리 삼층석탑

2023-02-10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 마제석검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국내 최대 크기의 석검은 경북 청도 진라리에서 발굴되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의 비파형동검도 청도 매전면 예전리 출토품이다. 청동기 시대 무덤의 부장품인 돌칼이나 동검은 강력한 지배층의 등장을 보여준다. 청도는 삼한시대 초기의 왕국 이서국(伊西國)이 자리했던 곳이다. 청도에는 돌칼들이 수없이 발견되었고 지석묘가 대규모로 남아있다.

이른 아침, 청도읍에서 풍각으로 이어지는 국도변을 지난다. 지석묘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도로 공사 당시에 돌칼이 수십 점 나온 곳이다. 잊혀진 왕국은 돌칼로 그 시대를 증명해 낸다. 그러나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왕국은 신라에게 멸망당하고 만다. 그리고 풍각면 일대는 신라의 가야 정벌을 위한 군사들이 머무는 전초기지가 된다.

오래전부터 이서국 설화가 전해지는 풍각면에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삼층석탑이 있다. 비슬산 쪽으로 가는 도로변에 있어 금방 눈에 띈다. 우리나라 삼층석탑의 완성기에 나타난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보물이다. 불국사 삼층석탑을 충실하게 따른 8세기 중엽의 석탑으로 지붕돌 밑면 받침이 5단을 이루고 처마 끝은 수평으로 경쾌하다. 장식적인 기교가 없어 단정하고 정연하다. 길 건너 풍각초등학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다 탑 앞에 서면 절로 고개를 숙였을 것 같은 위엄도 느껴진다.

청전사라는 절이 자리했다는 이곳은 원래 쌍탑 가람이었다고 한다. 동서로 같은 모양의 탑이 나란했으나 광복 직후 동탑은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 남은 것은 서탑이다. 탑 앞에 배례석 대신 석등연화대좌가 놓여 있다. 연꽃 한송이 하늘을 향해 피어 올리듯 어여쁘다. 풍각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옮겨 왔다니 탑을 중심으로 대규모 평지 가람이 있었을 테지만 자세한 내력은 전해지지 않는다.

들판에 무아무심으로 겨울바람을 맞고 있는 탑을 뒤로 하고 풍각면 흑석리로 향한다. 검은색의 지석묘가 줄지어 있어 마을 이름도 흑석(黑石)이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