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김두수칼럼]국회는 ‘웰빙 직장’이 아니다

추락한 경제로 힘든 서민 외면하고 서로 정쟁만 일삼는 천박한 정치판 ‘깨어있는 국회’로 갈아엎어야 할때

2023-02-13     김두수 기자
▲ 김두수 서울본부장

“동네목욕탕을 운영하는 B씨. 코로나 확산 이후 손님이 줄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도 고용하지 않고, 부부 둘이서 일하고 있다. 가스에, 상수도에, 전기까지 목욕탕에서 많이 쓰이는 공공요금이 다 올라 버리니 고정 비용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본보 1월31일자 ‘현장&이슈’). 치솟는 연료비와 고물가, 바닥경제로 자영업자들이 처절하리 만큼 몸부림치고 있다. 지출대비 수익이 적으면 결국 망한다. 하지만 국회앞 대형빌딩과 수백명의 당직자들을 거느린 거대정당은 놀고 먹어도 절대 망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국민혈세로 매년 수백억원씩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대주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한해동안 각 정당에 퍼준 국민혈세는 총 1420억1459만원. 정당별로는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84억여원(48.2%), 이어 국민의힘이 602억여원(42.5%)이었다. 또 정의당 95억여원, 국민의당 17억여원 등이다. 이와 별개로 국회의원들과 8~9명의 보좌진은 개별 봉급과 각종 수당을 받는다. 때문에 팬데믹 사태로 전국 수만명의 중소상공인들이 눈물을 삼키며 문을 닫을 때도 봉급과 성과금을 주고도 남을 만큼 끄떡없다. 중대형 비리 의혹 또는 대형선거에서 참패한 뒤 위기에 직면할 땐 ‘바지사장’을 내세워 간판만 바꿔달고 계속 ‘정치장사’를 해왔다. 계파간 권력지분 또는 공천권을 놓고 날선 집안싸움을 하다가 다른 한쪽을 쳐내기 위해 의도적 비상체제를 만들기도 한다. 여야 공히 ‘희한한 비대위’를 내세운 전례가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와 눈물이 담긴 천문학적 혈세를 받고서도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여야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뿜어내는 현란한 논평과 민생운운에도 국민의 삶이 바닥이면 결실은 없는 것이다.

먼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으로 가보자. 3·9대선에서 정권탈환에 성공한 당 지도부는 집권부의 책임 정치도 잠시, 곧바로 내홍에 휩싸였다. 이후 당대표 자격시비로 확전된데 이어 결국 사법부에 의해 웃지못할 비대위 시즌2→ 전당대회 룰개정 당심 100% 반영→ ‘윤심’ 논란으로 증폭됐다. 우여곡절 끝에 3·8 전대가 치러지긴 하지만 당권 도전 선수들은 불꽃튀는 창의적 비전보다 저급한 ‘친용산’ 경쟁으로 전락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69석의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심각하다. 무리하게 금배지를 달면서 ‘성남시장 이재명’의 잠재됐던 개인 의혹이 여의도 중심부로 옮겨붙도록 자초했다. 급기야 ‘당대표 이재명 = 대장동 의혹+α’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와 당은 “한점 의혹 없다. 야당 탄압”이라고 강변하지만, 수개월동안 국민들을 질리게할 만큼 정쟁만 계속된다. 국민여론 63%이상, 민주당 지지층 33%이상 이 대표가 기소될 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싸늘한 민심’(YTN·엠브레인퍼블릭조사)에도 아랑곳 않는다. 이 대표는 세번째 검찰포토라인에 섰지만, 야권 일각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진절머리가 난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3대개혁(노동·연금·교육)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여야는 동상이몽이다. 서민들은 바닥으로 추락한 경제에다 난방비 걱정까지 겹친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애처로운 마음을 담은 ‘연민의 정치’마저도 외면한 금배지들의 후안무치는 멈출 기색조차 없다. 여권의 원로 ‘이재오’는 현역절반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단언했다. 야권의 원로 ‘유인태’ 역시 영호남과 수도권의 과감한 물갈이 없인 야당의 체질변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혀를 차고 있다.

여의도의 몰염치를 바꾸는 방법이 없진 않다. 그 시점은 내년 4월10일 22대 총선이다. ‘뻔뻔한 그들’은 이미 지역구를 누비며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고 있지만 유권자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회를 놀고 먹어도 되는 ‘웰빙 직장’으로 여기거나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주장도 펴지 못한 채 공천티켓에만 집착해 비굴하게 줄서기 바쁜 천박한 정치판을 ‘깨어있는 국회’로 확실히 갈아엎어야 할 때다.

김두수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