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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30)]균과 세균

2023-02-13     경상일보
▲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균(菌), 세균(細菌), 난균(卵菌), 변형균, 미균(黴菌) 그리고 살균제 등 우리 생활 곳곳에 균이 스며들어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소한 말이기도 하다. 버섯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3500년경 알제리 나제르 고원의 동굴에 그려진 타실리 벽화다. 이 벽화에는 몸에 버섯 모양이 있고 손에는 버섯 여러 개를 쥐고 있는 무당이 그려져 있다. 버섯이 영적인 기운을 갖고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

동양에서도 균은 오래전부터 별스런 생명체였다. 이런 사실은 한자의 어원에서도 보이는데 초두머리 초(艸)변에 곳집 균(囷)을 쓴 한자어 균(菌)은 이미 BC 369년~BC 289년경 살았던 장자(莊子)의 책에도 보인다. <장자> 내편 ‘소요유(逍遙遊)’에서 ‘朝菌不知晦朔(조균불지회삭) 하루살이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하고’라고 하여 짧은 생을 사는 생물로 치부하고 있다.

일생 중 자실체 시기에만 잠시 보이던 버섯의 생활사가 규명된 것은 유럽에서 현미경이 발명된 서기 1600년대에 들어서였다. 또한 각종 감염병이나 식품의 발효, 부패의 원인이 되며 크기가 더 작아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것으로 박테리아가 알려지면서 동양에서는 이들을 세균(細菌)으로 번역했다. 따라서 버섯이 속하는 Fungi는 세균과 구분되면서 균(菌),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진균(眞菌)이라 하게 됐다.

▲ 봄철 짚에서 홀연히 발생했다 하루도 못 가서 스러지는 재두엄먹물버섯.

진균류에는 곰팡이, 효모와 버섯이 속하는데 ‘진핵생물로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포자로 번식하는 부류’를 일컫는다. 버섯은 크기와 형체가 크고 다르므로 곰팡이나 효모와 구분하기 위해서 ‘고등균류’라고 부른다. 버섯은 긴 생의 대부분을 흰색의 실 같은 균사(菌絲)라는 형태로 지내다가 일시적으로 자실체를 만들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다.

버섯의 존재 및 생활방식이 이해되고 연중 대량재배가 가능한 생물자원이 되면서 새로운 식량자원 및 생물자원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지속가능한 자원의 총아가 되고 있다. 버섯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세계 선두다. 버섯은 식물, 동물에 이어 생물학에서 한 부류로 배우는 일개 생명군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생물자원일 뿐 아니라 이제는 슈퍼마리오 시리즈 등에 모티브로 등장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블루오션이 되었다.

오랫동안 신비의 산으로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다가 이제는 친숙해진 히말라야 설산처럼 게다가 더 미세한 바이러스로 고통을 겪은 우리에게 버섯은 더 이상 신비의 생물이 아니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