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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3)]미국부자들, 작년에 재산 줄었어도 기부는 늘렸다

2022년 美 자선가 25인 기부액 33조원 한국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임에도 개인기부 저조로 기부지수 세계 88위

2023-02-15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지난 1월말 국내 여러 언론매체들은 미국 갑부들의 통큰 기부에 관한 미국 <포브스 Forbes>의 2023년 1월23일자 뉴스를 전했다. 미국 부자 자선가 25인이 주식시장의 약세로 자산 가치가 15%가량 하락했음에도 기부액은 늘렸으며, 이들이 2022년 기부한 액수가 33조원(27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33조원이면 1000만명의 주민을 가진 경기도 금년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이들의 기부는 기업기부가 아니라 개인재산을 내놓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워런버핏, 빌게이츠 부부 그리고 메켄지스콧이 선두에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를 운영하는 버핏은 작년에만 약 6조7000억원을 기부했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전처와 공동으로 세운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지난해 약 6조2000억원을 기부했다. 억만장자 매켄지스콧은 최근 약 17조원 기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뽑히기도 했다.

미국의 부자들은 왜 이렇게 자발적으로 자선과 기부를 하는 것일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애와 사회지도층의 의무라는 입장에서 공동체를 위해 예술, 교육, 연구, 구호단체 등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세계 부자들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기부서약)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부자들이 총재산의 50%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캠페인을 하는 이 클럽은 국세청이나 정부기관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자들이 스스로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받고 있다.

드디어 2021년 한국 기부문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재산의 50%(수천억원 추산)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한국 기업인들이 나타났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 부부에 이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021년 ‘더기빙플레지’의 219번째와 220번째 서약자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법조인들의 추악한 클럽이야기가 아니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부클럽 뉴스가 신선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오늘날 한국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의 롤모델은 빌게이츠이다. 이들처럼 한국에서도 앞으로 더욱 나눔과 기부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

자발적 나눔과 기부는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측정하는 척도이다. 시민들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는 계층간 통합, 삶의 질, 행복지수 향상에 기여한다. 권력과 재력을 움켜쥔 한국사회의 지도층이 앞으로도 내 재산 액수 늘리기와 부정한 상속경쟁에만 매몰된다면, 한국사회는 승자독식과 정글의 법칙만이 난무해 모든 국민이 불행해지고 결국 공동체는 무너질 것이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은 건강한 공동체를 지탱하는 디딤돌이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에서는 낯선 사람 돕기, 자선단체 기부, 자원봉사 등 세 항목에 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년 ‘세계 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를 발표한다. 경제강국 한국은 세계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세계기부지수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낮은 기부문화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2년 기부지수 상위는 인도네시아, 케냐, 미국, 호주 순이다. 1위와 2위의 인도네시아와 케냐는 인구 약 85%가 각각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라는 특징을 보인다. 한국은 2021년 110위에서 2022년 88위로 대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하위권에 있다. 중국은 같은 기간 140위에서 49위로 급상승했다. 중국이 한국보다 기부순위가 높다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의 분발을 촉구한다.

울산도 개인기부가 미진한 도시다. 대기업의 주력공장이 포진하고 있는 공단도시로 기업기부는 매년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만 개인기부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개인기부는 2018년 26.3%, 2020년 23.9%, 올해 20%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축소된 기부금 세제 확대개편, 공익법인 규제 개선, 교육을 통한 생활 속 기부문화 확산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