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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84)]구미 낙산리 삼층석탑

2023-02-24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아침 신문에 봄꽃 소식이 날아든다. 언 땅을 헤집고 솟아난 노란 복수초, 흰 눈을 살포시 인 붉은 동백이 봄을 화들짝 깨운다. 내 안에서 스멀스멀 일어나는 기운을 참지 못해 구미 낙산리 고분군을 지나 논 가운데 의젓한 낙산리 삼층석탑 앞에 선다. 얼었던 땅이 녹아 부풀어 오르는지 발밑은 푹신하게 탄력이 느껴진다. 마을을 둘러 싼 나지막한 산도 봄빛이 연연하다.

구미시 선산지역은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파된 곳이다. 신라 최초의 사찰 도리사가 자리 잡은 태조산이 멀리 보인다. 그 후광을 받아 오늘따라 높이 7.15m의 낙산리 삼층석탑이 듬직하다. 탑은 묻지도 않는데 그냥 흐뭇하여 애써 말을 걸어본다.

낙산리 삼층석탑은 가까운 곳에 있는 국보인 죽장리 오층석탑을 그대로 본받아 층수만 다를 뿐 비슷한 형태이다. 두 탑 모두 일반적인 석탑과 달리 지붕돌 윗면인 낙수면에 층단을 쌓은 모전석탑 계열이다. 그리고 일층 몸돌의 남쪽 면에 커다란 감실이 있다. 원래 불상이 안치 되어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다.

비를 머금은 구름이 낮게 걸려 종일 흐리다. 구름 사이로 햇빛 한 줄기 감실 안을 환히 비춘다. 언뜻 부처님이 나투신 것 같아 발원을 올린다. 전쟁과 지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따사로운 빛이 내리기를. 우리나라 상월결사 순례단이 인도에서 한발 한발 붓다의 길을 걷고 있다. ‘생명존중’을 주제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43일간 1167㎞의 대장정이다. 내가 존경하는 스님도 그 길 위에 계신다. 사부대중의 성지 순례가 원만 회향하길 온 마음으로 기원한다.

우수는 겨울의 마무리다. 세상의 어둡고 추운 곳에 부처님 찬탄이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작고 예쁜 배례석 위에 신석정의 시 대춘부(待春賦) 한 구절 올린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