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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49)]문해력 개념 변화

2023-02-27     경상일보
▲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리터러시(literacy)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탈)문맹, 문식성, 문해력 등이다. 리터러시는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다. 이 용어가 시대 배경에 따라 변화하고,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광복 직후 남한 지역 주민의 문맹률은 열두 살 이상 전체 인구의 약 78%다. 공민학교를 통해 아동, 청소년, 성인을 위한 탈문맹 교육을 시행했다. 1954년부터 1958년까지 5년여에 걸쳐 한글 교육을 시행한 결과, 문맹률이 1958년에 4.1%로 격감했다. 문맹 사회에서 리터러시의 의미는 ‘(탈)문맹’으로 국한된다.(문교부 1959.11.)

문맹 다음으로 리터러시에 대응하는 용어가 ‘문식성(文識性)’이다. 문식성은 읽기와 쓰기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계에서 자주 사용한 용어다. 문식성이란 글(文)을 배워 알고(識)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하여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분석·평가·소통하며 개인과 사회의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문식성 연구, 노명완·이차숙)

이후 리터러시를 ‘문해력’이라 번역한다. 문해력은 ‘글(文)을 풀어내는(解) 힘(力)’의 의미로 사용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글의 맥락인 세계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진정한 문해력을 갖추는 것이다.(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지금 환경은 디지털 시대이다. 최근에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문자와 그림, 동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새롭게 읽고 쓰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읽고 쓰고, 이해하고 경험한다. 즉,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면서 우리는 삶을 영위한다.

이렇게 리터러시는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좇지 못하면 세계와 단절된다.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인이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많다. 우리는 세계와 연결하는 정보화 능력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문해력을 갖춘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세계와 맥락을 이어갈 수 있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