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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욱칼럼]현대차 생산직 채용을 보는 ‘웃픈’ 마음

공기업의 연봉과 복지 넘어선 직장 대기업·공기업·IT 직종 등도 관심 수백대 1이상 경쟁률 족히 넘길 듯

2023-02-28     신형욱 기자
▲ 신형욱 편집국 부국장

#울산의 한 대학교 교수는 일자리를 구하는 제자에게 올해 초 한 중소기업 취업을 권유했다. 하지만 제자는 월 200만원 후반대 임금의 이 기업에 입사 원서를 내지 않았다. 이 교수는 미래 가능성 등으로 미뤄 괜찮은 회사로 판단돼 추천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대자동차를 퇴직하고 울산 인근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A씨는 현재 자동차 두대를 굴리고 있다. 현대차 퇴직자에게 지원되는 차량 구입비 혜택(25%)으로 최근 새 차를 구입했다. 이전 같으면 부탁받은 지인에게 차량을 팔거나 중고차 시장에 내놓자마자 팔렸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고금리 등 ‘3高’ 탓인지 차량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차량 두대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가 다음달 2일부터 정규 생산직(기술직) 신규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울산은 물론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채용 규모는 400명이며, 연령과 성별은 무관하다. 2013년에는 고졸, 전문대졸로 학력 요건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번 공채엔 성별, 나이, 학력 등 제한이 없어져 수백대 1 이상의 경쟁률은 족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취업준비생이나 장수생, 재학생은 물론 안정적인 직장으로 분류되는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직원들의 관심이 커보인다. 이전과 달리 성별 제한이 없어 여성들도 적극적이다. 덩달아 부모들도 분주하다. 직장인 소통 플랫폼 ‘블라인드’에는 채용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서류 합격 스펙 등을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질문자의 대부분이 임금 등 근무여건이 괜찮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고 IT업계 종사자 등 전문직도 있다.

현대차 생산직 채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연봉과 복지혜택이 ‘신의 직장’으로 불린 공기업 등의 조건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직의 1년차 신입 평균 연봉은 성과금 포함 6000만~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또 대학생까지 자녀 등록금 전액 지원, 재직 땐 현대차를 최고 30% 싸게 살 수 있고, 퇴직 후(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도 평생 25%까지 할인받는다. 만 60세 정년 이후에도 1년간 계약직으로 더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현대차 사무직 직원 178명이 자처해 생산직으로 전환된 바 있다. 국내 대기업으론 처음이다. 생산직 임금이 사무직을 앞서기 시작했고 직급에 관계없이 노조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고용안정이 보장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시샘 반 부러움 반’으로 현대차 노조원들을 바라봐왔던 외부인들로선 충분히 도전 가치가 있어 보인다. 앞서 자녀 세습 단협 조항과 와이파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느슨한 근무환경 등 귀족 노조라는 비판적 인식 만큼이나 이율배반적으로 상한가다.

본인의 직장이 현대자동차라고 밝힌 이는 블라인드 댓글에서 10년 전 100명 공채 모집 때 △대기업의 이직이 많았고 중고신입이 많았다 △국내와 세계기능대회 입상자 등이 많았다 △기능사랑 산업기사 자격증은 준비해야 할 듯하다라고 글을 남겼다. 현대차 생산직이 생활전선에 곧장 뛰어들어야 했거나 공부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줄만 서면 들어갈 수 있었던 공장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본인을 상경계를 졸업한 30대 여성으로 IT업계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한 한 직장인은 블라인드에 ‘커리어 관리하기 벅차고 편하게 살고 싶어서, 편하게라는게 쉽게 생각하는게 아니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경쟁없이 살고 싶다고, 혹시 다른 생산직 분들 오해 없으시길’이란 채용 문의 글을 올렸다.

현대차 생산직 채용을 바라보면서 ‘웃픈’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역대급 경쟁률을 뚫고 입사할 미래의 노조원들에겐 미리 축하를 전하고 싶다. 아쉽게 낙방한 지원자들도 실망은 이르다. 내년에 또 300명을 뽑는다 하지 않는가. 그것도 안 되면 힘이야 들겠지만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업보라고 스스로 위로해보자.

신형욱 편집국 부국장 shin@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