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배혜숙의 한국100탑(87)]광주 성거사지 오층석탑

2023-04-14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 광주공원 안의 성거사터. 7m의 큰 키를 자랑하는 고려 초기의 오층석탑이 비에 젖고 있다. 다투어 피던 벚꽃이 눈처럼 흩날려 열반에 들고 바람이 적멸을 부른다. 꽃잎 떨어진 자리마다 제비꽃이 사리처럼 피어 있다. 서너 되는 족히 되겠다.

성거사지 오층석탑(사진)은 서오층석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광주 읍성을 기준으로 반대편 지산동 탑은 동오층석탑이다. 건립된 시기는 다르지만 단층 기단에 오층의 탑신을 올린 닮은꼴로 모두 보물이다.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지산동 탑과 다른 점은 일층 몸돌이다. 몸돌 전체를 아래위 2단으로 나누고 여러 장의 돌로 짜 맞추어 제법 높다.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 중 하나다.

1961년 성거사터에 있던 석탑을 해체 수리 하던 중, 이층 몸돌에서 사리장엄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었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만난 금빛 탑 모양의 사리장엄은 흐드러진 봄꽃보다 아름답다. 연꽃봉오리로 장식된 사모지붕이 이색적이다. 처마에는 사방에 풍경을 달아 섬세하게 빚은 꽃으로 고정시켜 화려하다. 각 면에 보살상이 부조로 장식된 지붕 모양의 탑신을 들어올리면 활짝 핀 연꽃이 나온다. 연꽃 받침 위에 은으로 만든 작은 호가 놓이고, 그 안에 56과의 사리가 들어 있다. 사방을 두른 난간의 네 귀퉁이에는 사천왕이 불법을 수호한다. 고려 시대 금속공예 예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 준다.

사리장엄을 탑에 안치하여 예배하는 것은 불교에서 일반적인 신앙 행위다. 부처의 몸 그 자체인 사리를 품은 오층석탑은 광주불교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부처의 영롱한 불사리가 한반도의 광주까지 전해진 공덕의 길을 생각한다. 인도의 쿠시나가라,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한 그 땅에 발을 들여 놓을 때처럼 환희심이 부푼다.

뿌리를 깊이 내려 단단해진 성거사지 오층석탑을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잠시 그쳤던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사방이 빗방울 부처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