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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칼럼]인재를 찾아야 울산이 산다

경쟁력 잃은 산업·인구유출로 위기 끊임없는 인재 발굴과 영입을 통해 ‘위대한 울산’ 건설, 각고의 노력을

2023-04-18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논설위원

춘추전국시대 때 진나라는 치수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외지 출신 관리들을 모두 나라 밖으로 추방시키는 ‘축객령(逐客令)’을 내린 바 있다. 치수사업에 첩자들이 끼어들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때 초나라 출신인 이사 역시 쫓겨나게 됐다. 이에 이사는 즉시 축객령을 거두어달라는 상서를 올렸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거대함을 이룰 수 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처럼 깊어질 수 있습니다(是以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진나라 왕은 결국 축객령을 거두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최근 민선 7기 때의 울산시 산하 공기업·출연기관의 장들이 거의 바뀌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전 정권의 인사들은 모두 바꾼다는 원칙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위대한 울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꿀 것이 아니라 ‘능력’을 바꿔야 울산이 살아날 수 있다.

최근 울산의 각종 경제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인구는 급전직하다. 민선 8기가 출범한지도 10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리 만무하지만 울산 소멸론까지 등장하니 시민들은 괜히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도시가 쪼그라드는 형국은 인구감소에서 바로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국내인구이동’에 따르면 울산은 인구 유출이 무려 8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의 경우 울산은 1만365명이 유입된 반면, 1만1737명이 빠져나가면서 순이동인구가 -1372명으로 집계됐다. 울산 인구 순이동률은 -1.6%로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고다.

울산 인구의 유출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일자리가 없거나 생활하는데 불편이 많은 경우,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 문화·예술 환경이 안 좋은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울산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다. 그 중에서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떠나게 된다. 인구유출은 지역소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최근 전경련이 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경북, 전북, 울산, 전남, 강원, 대구에서는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지만 울산은 그런 여력이 없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취임 초부터 울산을 ‘일자리 바다’로 만들겠다고 호언했으나 아직 그런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12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지역 고용률은 최하위를, 실업률은 최상위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2만3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5000명(25.1%)이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의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에 울산만 신청을 하지 않아 뒤늦게 추가 신청을 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은 울산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사안이다. 첨단산업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유치해야 하는 울산의 현안 중의 현안이다. 울산시는 부랴부랴 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민선 8기 울산의 비전은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이다. 과거 찬란했던 ‘위대한 울산’을 돌이켜보면서 울산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사람이든 도시이든 그냥 위대해지지는 않는다. 울산은 과거에 위대했지만 지금은 형편없이 쪼그라든 볼품 없는 지방도시에 불과하다. 울산이 위대해지려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해야 한다. 그래야 울산이 산다.

울산은 지금 위기다.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고, 인구는 그야말로 엑소더스를 방불케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무턱대고 사람을 내쫓는 일이 아니라 능력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방책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jmlee@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