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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5)]한미동맹 70주년 국빈방문의 결산

워싱턴 선언 등 안보명분은 챙겼으나 IRA대응 등 경제실리 획득에는 미흡 냉정한 평가바탕 발전 밑거름 삼아야

2023-05-10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한국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미국 국빈방문을 끝낸지 1주일이 지났지만, 방문 성과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최대 성과’라고 극찬하고, 어떤 이는 ‘빈손 외교’라고 비난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오면, 없던 지지율도 살아나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이 시점에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는 것은 차후 발전을 위해서 필수작업으로 생각된다.

올바른 평가는 한미동맹이 무엇인지와 미래비전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이 1953년 휴전협정으로 매듭짓는 단계에서 시작되었다. 즉 한국전쟁 이후 차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맺은 안보동맹으로부터 한미동맹은 시작되었다. 위 조약 제2조는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하며 ‘무력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며 강화시킬 것’이라고 합의했다.

70년이 지난 한미 안보동맹은 최근에 와서는 산업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중경 한미협회회장은 “한미 동맹은 안보 동맹서 시작해 시장경제라는 가치 동맹을 거쳐, 산업경제 동맹, 기술 동맹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잘된 점은 무엇인가? 첫째, 안보 면에서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통하여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억제력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워싱턴 선언’이며 이는 (1953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한미 행정부 정상의 우정쌓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노래실력(a karaoke buff)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문화예술 활용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반주없이 1분 가량을 불렀다. 곡의 선정도 탁월했다. 이 곡은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한다. 가사에 ‘Miss American Pie’ ‘my Chevy’ ‘rock n roll’ ‘those rhythm and blues’ 등 미국 대중들에게 친숙한 문화어휘들이 바닥에 깔려있다. 셋째, 윤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43분간 유려한 영어로 연설했다. 의원 500여명의 56차례 박수를 받았다. 본회의장 입장시 4분간 기립박수 ‘예우’를 받기도 했다. 이로써 미국 입법부와도 친밀감을 고조시켰다. 전체적으로 북핵 억제력 강화라는 가시적 성과와 미국 행정부 및 입법부 주요 인물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면 잘못된 점은 무엇인가? 첫째,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한국 자체 핵개발 포기 선언을 해 버리고 말았다. 지난 70년간 어느 보수나 진보 정권도 하지 않은 실책으로 비난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실시한 한국인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71%가 찬성했으며, 자체 개발과 미국 핵배치 중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자체 개발’ 응답이 67%이었다. 이로써 국민 대다수의 핵개발 열망은 무시되었다. 둘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 등 경제동맹 사안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미흡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약 8조원의 미국 기업투자가 확정됐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제가 취임한 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약 134조원 이상 투자했다”고 자랑했다. 셋째, 대통령실은 주요 외교일정 홍보와 인터뷰를 외국 언론 중심으로 운영했다. 홀대받은 한국 언론은 국정 주요 현안을 맥빠진 채 전달하게 되어 국민들의 호응을 충분히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대체로 안보명분은 챙겼으나, 경제실리 획득은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국민은 앞으로 산업·경제면의 상호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주목할 것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