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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33)]뽕나무 균핵꼬리버섯을 찾아서

2023-05-15     경상일보
▲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비단길은 오랫동안 동서양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였으며 뽕과 비단은 우리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 곳곳에 담겨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필자가 다니던 서울 성북초등학교 앞에는 선잠단지(先蠶壇址)를 나타내는 돌비석이 있는데, 조선 성종 때부터 중국 황제(黃帝)의 왕비이자 잠신(蠶神)인 서릉씨(西陵氏)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제단이다. 최근에는 이를 기념하여 성북선잠박물관도 만들어져 있다.

뽕나무와 연관된 버섯으로는 상황버섯, 뽕나무버섯, 뽕나무버섯붙이, 오디균핵버섯, 균핵꼬리버섯, 흑오디버섯 등이 있고 뽕나무 가지치기 전지 작업한 전지목을 활용하여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 재배에도 이용할 수 있으므로 뽕나무는 가히 ‘뽕을 빼는 뽕나무’이다. 석남사 불당마을의 뽕나무는 수십 년 자란 큰 나무로 5월이면 오디균핵버섯과 균핵꼬리버섯의 보고였는데 오디를 찾아 산돼지가 몰려들어 아쉽게도 2019년 베어냈다.

2021년은 인근 지역에 접근하기 좋은 뽕나무를 찾아서 수소문하며 헤매었다. 석남사 건너 마방들의 도랑가, 통도사 토굴 입구 비탈진 곳, 강원도 맹방해수욕장에 있는 덕봉산생태탐방로, 울산 삼동로 보은교 앞, 무거동 삼호천변, 다운동 구름공원 등에서 몇 그루를 찾았지만 비탈진 곳 혹은 바닷가라서 균핵꼬리버섯이 발생하기에는 부적당한 장소인데다가 2022년은 봄 가뭄으로 전혀 돋지 않았다.

▲ 오디에 발생한 균핵꼬리버섯.

영화 ‘뽕’을 찍어 유명한 울주 삼동면 보삼마을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사적 가치를 인정해 ‘영화의 고향’ 10곳 중 1곳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보삼영화마을기념관에는 당시 촬영한 영화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고 1층에는 영화 상영관과 e-스포츠 체험 공간도 있으나 아쉽게도 뽕나무는 없다. 안내인의 말로는 앞으로 주변에 뽕나무를 심을 예정이라 한다.

2023년 3월 울산수목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그린나래 숲과함께 이재혜 대표와 함께 찾은 울주 온양면 운화리 대운상대길의 대운농장(대표 남명숙)에는 뽕나무가 수백 그루 심어져 있다. 그린나래 숲체험교육장을 운영하는데 이 대표의 이야기로는 뽕잎과 누에를 보고는 많은 사람이 반가와 한다고 한다. 게다가 오디 따기 체험, 오디쨈 만들기, 누에고치에서 실뽑기 등 숲체험 농장으로 운영 중이란다. 뽕나무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올해는 꼭 균핵꼬리버섯을 찾아보아야지 하면서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 5월 첫 주말인 지난 주말 봄비로는 기대 이상으로 많이 와서 오랫동안의 가뭄을 해결해주었고, 유지경성이라고 마침내 균핵꼬리버섯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어 더더욱 기쁘다. 우리 모두 뽕따러 갑시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