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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6)]텍사스주는 독립하려는가 : 분리주의의 과거와 현재

올들어 ‘텍사스 공화국’ 추진 법안 발의 前 멕시코 영토로 1861년에도 독립 시도 막강한 경제력에 일부 정치인 야욕 결부

2023-06-14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한미수교 7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이던 2023년 3월 초였다. 미국 텍사스주 의회에서는 11월 선거때 텍사스 분리독립 여부를 묻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슬레이턴(Bryan Slaton) 하원의원이 발의한 소위 ‘텍시트(TEXIT) 주민투표 법안’이다. 이는 ‘텍사스’(Texas)와 ‘탈퇴’(exit)를 합성한 말로, 텍사스주가 연방국가인 미합중국에서 탈퇴, 독립해 ‘텍사스 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TEXIT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BREXIT를 모방한 합성어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 미국의 주요 사건과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이 사건을 분석해본다.

도대체 미국에서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난 걸까? 한국인이 미국을 잘 이해할 듯 하다가도 이런 경우에는 전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텍사스 주의 공화국 독립추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제도, 미국헌법 규정, 텍사스의 성립과 남북전쟁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연방(federation)이란 2개 이상의 주(州)나 나라가 결합하는 국가형태이다. 영어로 주도 state이고 나라도 state이다. 따라서 미국의 주는 한국의 도(道)이면서 독립적인 나라라는 이중적 특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대개 외교와 국방 등 대외 주권을 행사하는 한편,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통제를 크게 받지 않고, 자치적으로 내정을 담당한다. 내정에는 교육, 공중보건, 기업과 근로, 결혼과 이혼, 지방세와 경찰업무가 포함된다.

둘째, 미국 헌법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비교적 명쾌하게 규정해놓고 있다. ‘…보다 완전한 연합을 형성하기 위해’ 모든 주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이미 획득한 주권을 계속 고수하려 했다. 최초 13개 주가 미국연방을 결성하면서 주정부의 권한 중 일부를 헌법에 의해 연방에 이양함으로써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권력관계가 확립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나라의 모든 것을 장악한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지방에 자치권을 넘겨주는 한국의 소극적 지방자치제와 미국 지방자치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휴일 제정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한국은 중앙정부 주도로 국가휴일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서 지방정부는 따르기만 하는 반면, 미국은 연방공휴일(안)에 기초해 각 주가 공휴일을 최종 지정한다.

셋째, 텍사스 주는 ‘텍사스 공화국’의 대통령을 선출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텍사스는 원래 멕시코의 한 주이었다. 멕시코는 텍사스 개발을 위해 미국인을 받아들였다. 나중에 미국인들은 멕시코에 독립전쟁을 벌여 알라모 전투에서 대학살을 당하고도 성공리에 독립 공화국이 됐다. 9년 후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됐다. 텍사스의 연방탈퇴 추진 즉 분리독립국 지위 쟁취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방 편입 16년만인 1861년 텍사스는 분리독립을 선언하며 미 연방을 탈퇴한다. 노예제 폐지에 반대가 탈퇴 이유였다. 남북전쟁에서 패했고, 연방 대법원은 텍사스가 다시는 탈퇴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쐐기를 박았다. 1869년 ‘미 합중국의 각각 주는 임의로 연방을 탈퇴할 수 없으므로 1861년 텍사스의 일방적인 연방 탈퇴 결정은 무효’라고 판결해 놓았다.

그런데도 분리 독립의 움직임이 최근에 다시 일어나고 있다. 텍사스 분리주의자들은 최근 대선이 있을 때마다 텍사스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 투표를 주장해 왔다. 텍사스를 하나의 국가라고 보았을 때 2015년부터 텍사스는 꾸준히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속했으며, 2020년에는 세계 GDP 순위 9위의 경제력을 자랑한다. 이는 캐나다와 남한의 경제력을 뛰어 넘는다. 넓은 면적과 석유, 방위, 정보통신 및 항공우주 산업을 포함한 막강한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에 깔려있다. 현재 텍사스 분리독립 지지자는 그리 많지 않으나, 중앙정부에 대한 반발심을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야욕과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