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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92)]대구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

2023-06-23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동국대 박물관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보물이 있다. 항아리 표면 전체에 흑칠을 한 납석 사리호다.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하대의 사리 항아리다. 도굴과정에서 파손되어 그 형태가 완전하지 않지만 명문이 새겨져있다. 가로 세로 칸을 만들어 7자 38행의 글자가 선명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민애대왕으로 시작하는 구절이 보인다. 863년(경문왕 3)에 민애왕의 복을 빌기 위해 탑을 건립한 내력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반듯한 해서체의 통일신라문자를 탐색하는 것은 신기하고 묘한 느낌을 준다.

동화사 산내 암자인 비로암 입구에 ‘율원’이라는 표지가 있다. 율원은 불교의 율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강원의 대교과를 마치고 계율 연구에 뜻을 지닌 스님들이 입학하게 되는 곳이다. 그래서 일까 대적광전 앞뜰에 들어서자 단정하게 선 삼층석탑(사진)이 선정에 든 듯 눈부시다. 이층의 기단위에 삼층의 탑신을 올렸다. 규모는 작지만 손상된 곳 없이 완벽한 형태로 남아 있어 흐뭇하게 바라본다. 각 부분의 비례가 알맞고 체감률이 좋아 보는 맛이 상쾌하다. 상륜부에 노반, 복발, 보주가 남아 있다.

9세기 중반, 신라는 왕위계승으로 인해 죽고 죽이는 참혹한 내분을 겪었다. 싸움은 인척간 피의 전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문왕은 왕실의 단합을 위해 화해를 모색했다. 왕위쟁탈 과정에서 죽은 민애왕을 추모하는 원탑을 세워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참회와 용서를 빌었다. 대적광전의 석조비로자나불상도 삼층석탑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장을 소멸하고 연화대좌에 앉아 계신 비로자나불에 귀의하고자 하는 염원을 밝힌 것이다.

비로암은 스님들이 헛된 욕망을 경계하며 계율을 공부하는 곳이다. 초여름 햇살을 받고 선 삼층석탑이 소욕지족(少慾知足)을 누리라고 일러준다. 욕심이 적으면 근심도 적은 법이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