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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52)]한글 표기 방식은 기본형

2023-06-26     경상일보
▲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한글 표기를 규정한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1항을 옮겨본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다. 이렇게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국어학자의 증언을 인용한다. 지난 4월에 출간한 <우리말의 국어가 되기까지>(최경봉 외)에 국어학자 김민수 선생의 대담 내용이다.

‘규범 정책을 보면, 1930년대에 논쟁이 치열했던 한글파의 조선어학회 ‘어원 표기 맞춤법’과 정음파 혹은 박승빈파라고도 하는 조선어학연구회의 ‘표음주의 표기법’ 사이의 논의는 조선어학회의 위력에 의해 없던 일처럼 되었어요, 검토의 여지도 없이 당당해진 조선어학회의 안으로 결정되었던 거예요.’

한글에서 ‘답’(踏)을 의미하는 동사를 예시한다. 영희가 내 발을 밟고 있다/영희야 내 발을 밟지 마라/영희는 매일 내 발을 밟는다/영희가 내 발을 밟아서 아프다/영희가 내 발을 밟으면 나도 밟을 테다. 이 문장에서 ‘밟’은 [밥꼬, 밥찌, 밤는다, 발바서, 발브면]으로 발음된다. 여기서 [밥, 밤, 밟]은 ‘답’(踏)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이처럼 ‘의미를 가진 최소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한다. 그런데 위의 예에서 ‘답’(踏)>에 해당하는 형태는 [밥, 밤, 밟] 세 가지이다. 이렇게 하나의 형태소에 속하면서 환경에 따라 모양이 달리 나타나는 것들을 ‘이형태’라고 한다. 앞에서 예로 든 [밥꼬, 밥찌, 밤는다, 발바서, 발브면]을 한글로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안, 밥꼬/밥찌/밤는다/발바서/발브면 △2안, 밟고/밟지/밟는다/밟아서/밟으면 으로 구분하면, 1안은 쓰기 쉽고, 표기를 보고 발음하기도 쉽다는 점이 장점이고, 읽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안은 읽기 쉽다는 장점이지만, 쓰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글 맞춤법’은 2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언어학으로 말하자면 이형태를 그대로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하나의 형태소에 하나의 형태를 고정해서 표기하는 것이다. 이것을 ‘기본형’ 또는 ‘기저형’이라고 한다. 이형태를 그대로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하나의 형태소에 하나의 형태를 고정해 표기하는 기본형을 채택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고성환 외)에서, ‘밭’을 예로 들면 ‘밭에서, 밭이, 밭까지, 밭만’이 [바테서, 바치, 받까지, 반만]처럼 달라지지만, ‘밭’이라는 한 가지 모습으로 표기해 주는 것이 우리 뇌에 저장되어 있는 모습과 일치하므로 눈에 빨리 들어오고, 그만큼 의미 전달이 분명하게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