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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욱칼럼]운삼기칠(運三技七)의 시장을 원한다

돌직구 형태의 시정운영 우려 목소리 시민과 공감, 건강한 여론 형성 통해 운장이 아닌 덕장·지장·용장이 되길

2023-06-27     신형욱 기자
▲ 신형욱 부국장 겸 사회부장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한 민선 8기가 1년을 채웠다. 김두겸 시장은 스스로를 행정 전문가로 칭한다. 특유의 추진력도 있다. 김두겸호의 1년 성적표도 좋아 보인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울산공장 건립, S-OIL 샤힌 프로젝트 등 10조원이 넘는 투자 유치 성과를 올렸다. 도심융합특구와 거점형 지능형도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법정문화도시 지정 등도 성과다.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 소년체전과 장애인학생체전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김 시장은 최근 울산대학교 초청으로 진행된 교직원 대상 특강에서 “의욕 하나로 시장직에 도전했는데 운이 따라서 당선까지 될 수 있었다”며 스스로를 운장(運將)이라고 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감이 읽힌다.

하지만 최근 울산시의 기업인 흉상(조형물) 설치 사업 추진과 전면 철회 과정을 보면서 시정을 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돌직구 형태의 시정 운영에 대한 우려로 들린다.

김 시장은 철회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기념사업은 울산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사회적 자산이라”며 못내 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대한민국과 울산의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들의 업적을 기리고 선양하려는 노력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 방식엔 이론이 있겠지만 취지는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250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서, 그것도 거대한 흉상을 건립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김 시장은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핵심 관계자만 알 수 있다는 정보를 거론하며 당위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창업주의 흉상 건립 추진과 기업체 투자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왜 꼭 거대한 흉상이어야 할까. 동상이 필요하다면 해당 기업인의 유지가 깃든 공간에 소규모 동상을 세우거나 현재 건립을 추진중인 산업기술박물관에 기업인과 기업체들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기념관 등을 건립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학술대회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 추진에 결정만 내세우고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김 시장은 의견 수렴 부족 지적과 관련해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정을 추진할 때 일일이 공론화할 수는 없으며,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통해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게 옳다고 했다. 일부 정쟁화에 나섰던 단체나 정치집단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겠지만 결국 사업 철회에까지 이르렀다. 공론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론을 경청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했었다는 반증으로 읽혀진다.

35년 만에 부활한 공업축제도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성공적이란 자평이지만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축제의 명칭도 왜 공업이어야 하는지. 오히려 이전의 공해와 극심한 노동대립의 흑역사를 새삼 소환시킨다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이다.

시정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다는 여론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엔 인사적 요인도 작용한다. 민선 8기 들어 행사 때마다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10년 전, 20년 전과 복사판이라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왔다. 민선 8기 정무직들은 전직 정치인들이나 공무원 등이 대거 포진했다. 특정 학연의 치우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사람이 바뀌지 않았는데 사고가 달라지긴 쉽지 않다.

거기에 경청도 없다면 여론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치적이나 성과에 대한 욕심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조급함이 있더라도 듣고 토론하고 또 토론해 여론을 형성하고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울산시민의 선택을 받은 시장이다. 아직 3년이 더 남았다. 스스로를 낮추고 여론에 귀기울여야 한다. 건강한 여론이 뒷받침될 때 전문가다운 내공이 힘을 얻고 발현될 수 있다. 시민들은 취임 2년 차를 앞두고 있는 김 시장이 운장이 아닌 덕장이자 용장, 지장이 되기를 바란다. ‘운칠기삼’이 아닌 ‘운삼기칠’의 실력있는 시장을 원한다. 김 시장이 느끼는 절박함을 시민들도 느끼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신형욱 부국장 겸 사회부장. shin@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