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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7)]한국 꼰대문화란 무엇이며, 미국에도 있을까?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의 낡은사고 풍자 2차대전후 호황기 세대 ‘Boomer’지칭 美 MZ세대 기후변화·재정 불평등 불만

2023-07-12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근래에 영국 BBC Worklife는 직장생활 문화 이해를 돕기위해 한국의 ‘꼰대(Kkondae)’라는 개념을 세계에 소개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꼰대는 잘난 척하고 거들먹거리는 늙은 사람들”로 지칭하며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모욕적으로 사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꼰대는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하고 후배에게는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관리자”를 지칭하며, “거의 모든 직장에는 꼰대가 있다”라고 전했다.

문화를 넓은 의미로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면, 한국의 꼰대질과 갑질은 가정과 조직 등 사회에 아직도 널리퍼져있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트로트 열풍 속에서 ‘꼰대라테’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 가사는 직장상사의 구태의연하고 자신만 옳다는 태도, 젊은 세대를 향한 무시와 비난을 꼬집는다. ‘제발 그만그만 그만해/ 오늘도 시작되는 꼰대라떼/ …왕년에 내가 말하신다면/ …니까짓 게 뭘알아 궁금하시면/ …라떼는 말이야/ 아침부터 시작되는 꼰대라떼.’

꼰대라는 말은 처음에는 수직적 권위적 가치관을 가진 선생이나 노인을 지칭하다가, 사회 생활에서 만나는 선배, 상사, 지도자를 지칭하는 의미로 발전됐다. 울분에 찬 젊은 약자의 항변이기도 하고,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의 낡은 사고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들은 현재 권력과 부를 장악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지식과 능력이 출중해 직장도 가지고 돈도 가지는 인생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최신 지식과 능력을 보유하고도 일자리 개수가 부족한 불운한 시대를 살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업무상 중요한 경험자산을 보유했다 할지라도. 젊은 세대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절이다. 이 문화현상의 기저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미 양국 모두 공통적으로, 젊은 MZ세대와 기성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간 갈등의 근저에는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이 깔려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취업난, 비싼 대학등록금, 천정부지의 부동산 가격, 비싼 집세 등. 물론 단순히 나이로만 꼰대라고 부르지 말고, ‘꼰대질’이라는 부정적 행태를 보이는 사람으로 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즉 젊은 재벌 자녀의 갑질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올바른 지적이다.

미국에서도 꼰대라는 개념은 존재한다. 다만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문화현상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세대 갈등은 점점 날카롭게 부딪히고 있다. 미국 젊은이들은 꼰대같은 존재를 만나면 대꾸하는 표현으로 “OK, Boomer!”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네네 알았어요, 꼰대 아저씨!” 정도의 뜻이다. Boomer란 제2차 세계대전후 20년간 결혼과 출산이 매우 활발했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이다. 이들은 전후 사회복구 과정에서 생긴 수많은 일자리를 쉽게 차지할 수 있었고, 부동산 호황으로 저절로 많은 돈을 벌었다. 미국 MZ세대들은 부머들이 자신들이 살아갈 경제를 망쳐놓았다고 비난한다. 기성세대를 풍자하기 위해 “OK, Boomer!” 표현이 적힌 티셔츠를 팔기도 하고, 스티커, 양말, 물병 등에 이 표현이 적힌 다양한 상품 판매를 통해 세대 전쟁을 하고 있다. 가정내 세대갈등은 “Papa don’t preach (아빠 설교 하지마세요)”라는 노래에 잘 표현돼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제 “세대 간 친근한 관계는 끝났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전쟁이다. 드디어 Z세대는 기후변화와 재정 불평등에 대해 따지고 든다.” NBC 방송사는 ‘밀레니얼 세대는 부머 세대들이 주는 망신과 침묵 강요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젊은 세대가 의기소침하면 사회는 침체되고 국가도 망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성세대는 ‘내리사랑’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신의 말은 줄이고 젊은 세대의 말을 경청하고, 대접 받기를 당연시하지 말고 지갑을 활짝 열 필요가 있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