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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93)]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

2023-07-14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신라 왕경도를 본다. 왕이 사는 도시 그림이다. 바둑판 모양의 계획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룡사 구층목탑이다. 기록에 의하면 약 80m 높이의 어마어마한 건축물로 국제도시 서라벌의 랜드마크였다. 황룡사 구층목탑 북쪽에는 분황사 모전석탑, 남쪽에는 미탄사 삼층석탑이 보인다. 목탑과 모전석탑, 그리고 삼층석탑이 남북으로 나란히 있어 마치 여러 양식의 탑 전시장 같다. 장엄한 황룡사 목탑은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략으로 불타 없어지고 심초석과 받침석들만 남아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미탄사지 삼층석탑을 향해 간다. 제대로 된 길이 없어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 황룡사지 남쪽 넓은 들판에 외따로 서 있는 탑은 볼 때 마다 안쓰럽다. 뜨거운 햇살과 눈비, 폭풍까지도 혼자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 함께 할 나무 한그루조차 없다. 십여 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주변은 발굴 조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완전히 무너져서 흩어져 있던 탑재를 모아 1980년 복원해 2017년 보물로 지정됐다.

발굴 조사 과정에 미탄(味呑)이라는 글자 있는 기와가 출토되면서 사찰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6월 30일에는 미탄사지 삼층석탑 주변 발굴 성과를 일반에 공개했다. 모처럼 사람들이 탑 주변으로 모여들고 삼국유사의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미탄사의 규모와 배치가 확인됐다. 삼층석탑과 금당지를 비롯한 여러 부속 건물과 원지(정원 안에 있는 연못), 담장, 우물, 배수로 등이 갖춰져 있었다. 미탄사지 삼층석탑이 8세기 후반에 건립된 것도 새로 확인됐다.

해 저문 들판에서 화려했던 서라벌의 옛 모습을 되짚어 본다. ‘풍악과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바람과 비는 철마다 순조로웠다.’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탑들이 줄지어 늘어선 왕경의 모습도 그려진다.

저만치 황룡사 목탑지가 건너다보인다. 개망초 무성한 미탄사지에 탑 한기 홀로 외롭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