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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94)]성주 법수사지 삼층석탑

2023-07-28     경상일보
▲ 배혜숙 수필가

장맛비가 연일 내렸다. 비도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지 아침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졌다. 서둘러 가야산 동남쪽 기슭의 경북 성주군 수륜면 법수사지를 향했다. 불교 성지 가야산에는 해인사와 쌍벽을 이루는 가람이 있었다. 802년(신라 애장왕3)에 창건된 법수사다. 절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다 임진왜란 이후 폐사됐다. 전성기에는 천여 칸이 넘는 건물과 백여 개가 넘는 부속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다. 금당터에서 제법 떨어진 마을 입구에 당간지주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규모가 짐작이 간다.

불교문화를 대표하던 법수사 유물들은 해인사나 경북대 박물관 등으로 옮겨 가거나 제각각 흩어지고 만다. 몇몇 남아 있는 석조물은 깨지고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 닳아 버린 유구들이다. 절터의 핵심 공간은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 주변이다. 소박하지만 조형미가 돋보이는 석탑이 있어 절터 아래에 비스듬히 자리한 중기마을은 안기듯 편안하다. 가야산 봉우리들도 시원시원한 기운을 뿜어낸다. 법수사지의 시간은 그렇게 삼층석탑(사진)을 중심으로 흐른다.

삼층석탑에는 지붕돌 모서리마다 풍탁을 달았던 구멍이 있다. 제법 또렷하게 동글다. 그 옛날, 산기슭 절집은 사철 풍탁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와 법당의 목탁소리가 어우러져 청정한 기운이 넘쳐났다. 중생들의 온갖 번뇌를 씻어 주는 부처님 도량이었다. 탑 앞에 석등 하대석이 배례석처럼 놓여있다. 분명 제자리가 아닌데 맞춤하다. 연꽃잎이 아래로 향한 복련 무늬가 선명하다.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의 청정함 또한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조선의 문인 이직은 법수사 남루에 올라 ‘시냇물은 돌 절벽에 놀라고, 빗(雨)기운은 먼 멧부리에서 나온다’고 노래했다. 법수(法水), 부처님 가르침이 물처럼 흐르는 곳이다. 절벽에 부딪치는 백운계곡 물소리가 힘차다. 비를 품은 구름이 걷히자 가야산 산세 수려하고, 만물상 능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명당이 따로 없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