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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8)]포괄임금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연장·야간·휴일수당 등을 미리 정해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임금산정 방식 근로자는 임금 변동성의 위험 피하고 기업은 비용예측이 쉬워 긍정적 기능 노동계·야권 ‘공짜 야근 유발’ 반발 고용부, 포괄임금제 오남용 단속예고 폐지보다 ‘공짜 야근 근절’에 무게 정부 산업현장 철저한 실태조사 통해 근로시간부터 포괄임금제 개선까지 노사·이해관계자와 사회적 논의 필요

2023-08-18     경상일보
▲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얼마 전 필자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대한경영학회에서는 한국경총, 중기중앙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새로고침 노조협의회를 초청해 포괄임금제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노동계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과 공짜 야근을 유발하므로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경영계는 근로시간에 따른 성과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포괄임금제 활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응수했다. 포괄임금제가 법적으로 금지되면 기업과 근로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 야간근로 등이 예정된 경우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연장, 야간, 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 판례에 의해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관행적으로 인정된다. 일부 사용자가 약정한 시간을 넘겨 더 오래 일한 근로자에게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 때문에 ‘공짜 야근’의 주범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청년층에게도 포괄임금이 곧 공짜 야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많으며 사용자의 잘못된 인식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실제 사회초년생들에게 발생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초과임금을 통상임금보다 50% 더 주도록 하는데 이는 초과근로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면 일정 근로시간을 연장하면서 추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노동계와 야당 등에선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며, 일부 야당 의원들은 포괄임금 계약 금지 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노사 관계는 사용자의 힘이 월등히 강해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어렵고, 실제 기업에서 근로시간을 상사의 지시로 축소 보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 지난 2021년 8월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록한 뒤 정부에 제출하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것은 중소기업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갑작스런 조치이며 공짜 야근과 장시간 근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또한 임금산정이나 지급방식을 규제대상으로 삼는 해외 법제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노사 간의 충분한 논의 없이 포괄임금 계약 방식이 법으로 금지되면 근로자와 사용자는 수당 삭감과 임금 인상을 두고 큰 갈등을 겪을 것이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포괄임금 수당을 받지 못해 소득이 감소할 여지가 크다.

포괄임금제 오남용의 문제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체불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 필요성과 제도의 오남용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5대 불법·부조리로 간주하고 집중 단속할 것을 예고했다. 아마 정부의 정책 방향은 포괄임금제의 폐지보다는 적법하게 운영하되 공짜 야근을 근절하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도 지난 심포지엄에서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는데, 근로시간을 철저하게 기록·관리해서 시간에 상응하는 수당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근로시간 기록·관리의 순기능뿐만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근태관리가 엄격해지는 등의 역기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포괄임금제 금지 여부는 디지털 사회 변화에 따른 근무방식 다양화와 그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업무시간의 길이 보다 창의성이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 보상의 기준을 단순히 근로시간의 양에 맞추는 방식을 강제하면 근로자의 창의성을 훼손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52시간제가 2021년부터 전면 도입되면서 사무직 포괄임금제 변화가 있었으나 여전히 정부의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괄임금제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실태조사가 병행돼야 하며 이를 토대로 근로시간의 범주부터 포괄임금제 개선방안까지 면밀하게 노사와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자는 임금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피하고 기업은 비용 예측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포괄임금이 오남용되는 영역과 사업 특성을 고려해 사용 중인 영역을 구분하고 임금체계 개편도 논의돼야 한다. 또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도 개편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과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노사의 자율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