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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경제읽기(3)]‘발에 의한 투표’와 지방인구

처음에는 입으로만 불편함 토로하다 발(이동)을 통해 주거지 선택 옮겨가 울산 2013~2017년 주력산업 침체하며 지역 경제 악화로 인구 유출 촉발 수도권 선호·산업형태·일자리 구조 주거·교통·교육 등 인프라도 영향 저출산까지 겹쳐 지방소멸 위기 봉착

2023-09-01     경상일보
▲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 본부장

인류는 늘 인구문제에 봉착해 살아왔다. 식량증산이 쉽지 않았던 과거에는 너무 많은 인구가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생산성 향상으로 빈곤이 완화된 가운데 글로벌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인구가 많을수록 내수시장 규모가 커지고 노동투입량이 높아짐에 따라 더 많은 인구가 경제대국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경제대국이 되려면 일본처럼 1억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거나 중국이 거대인구로 글로벌 기업의 투자 러브콜까지 받으면서 G2 반열에 올라선 것이나 일부 투자은행은 이제 최대 인구가 된 인도가 2075년이면 중국에 이어 2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 등이 그 좋은 예다. 지금도 세계인구는 매년 8000여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에 처해 30여년 후에는 필리핀보다 경제규모가 더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이러한 예측들은 일정 가정하에 추정한 것으로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으나 참조할 가치는 충분히 있겠다.



◇울산, 큰 폭의 추세적 인구 순유출지 변화

이렇게 우리나라가 저출산 구조화로 인해 인구붕괴 위험에 봉착하고 있는 때에 지방은 이에 더해 계속된 인구유출로 인해 지역소멸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울산도 예외가 아닌데 오히려 그 심각성은 훨씬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최근 수도권 집중현상 지속으로 지방광역시 인구마저도 감소하고는 있는 가운데 울산의 경우에는 다른 5개 광역시보다 더 큰 폭의 인구 순유출이 진행되고 있다. 2016~2022년 7개년 동안 울산시의 순이동률(연중 유입인구-유출인구/전년말인구 )은 -0.98%로 대전 -0.77%, 대구 -0.65%, 부산 -0.61%, 광주 -0.45%, 인천 +0.12%의 경우보다 매우 낮다.

평균적으로 매년 1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울산을 떠나 타 시·도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얘기다. 둘째로 울산은 순 유입지역에서 순 유출지역으로 추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울산은 2010~2015년까지는 +0.11%의 순유입을 보이다가 2016년부터 매년 큰 폭의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는 다른 광역시는 물론 비슷한 인구규모를 가진 수원, 고양 및 용인 등 여타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예다.

울산 인구 순이동률 추이, 주요 도시 인구 순이동률(2016~2022년)(왼쪽부터)

◇지역경제 위기와 주거·교통 등 순유출에 영향

이러한 급격한 인구감소세로의 전환 배경에는 어떤 요인들이 있을지는 보다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지만 일견 2013~2017년 중 겪었던 울산지역의 주력산업(자동차, 조선, 석유정제·화학) 침체기를 먼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선박발주 감소 및 중국 경쟁 격화 등으로 인해 조선업 인력이 6.7만명(2014년 말)에서 5.2만명(2016년 말)으로 축소되는 등 지역 내 제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던 시기이다. 위 5년간 지역경제 성장률도 연평균 0.3%에 머물렀다. 이러한 지역경제의 악화가 일자리구조 변화 및 인구유출을 촉발시켰고 그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종의 ‘이력현상(hysteresis)’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지역경제가 회복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계속 인구가 큰 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요인들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공장자동화 및 생산직 기피현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구직자도 감소했을 개연성도 있다.그러나 지역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지 경제와 일자리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의 주거, 교통, 교육, 보건, 문화, 소비, 관광 등 여타 요인들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여건들을 종합해서 사람들은 가장 살기에 좋은 곳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주민들이 발(이동)을 통해 지방공공재 만족도에 투표한다는 ‘티부가설’

이러한 의미에서 단순한 가설이지만 지방행정의 경쟁 가능성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이론이 있다. ‘티부가설(Tibout hypothesis)’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러 지방정부가 있고 주민들이 각 지방서비스의 편익을 상세히 알며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고 전제할 때 주민들은 자신의 선호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을 선택해 이동하며 이에 따라 중앙집권이 아닌 분권적 행정체제도 지방공공재를 제공함에 있어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가설이 정당화되려면 추가적인 엄격한 전제조건을 더 충족해야 하는 데다가 그 주장하는 결과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시민들이 발(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거지를 선택함으로써 일종의 지방행정서비스에 대한 ‘퇴거투표(exit vote)’를 행사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처음에는 입으로 불편함을 토로하다가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아예 주거지를 옮겨버리는 것이다. 역으로 외부로부터의 유입은 감소하게 된다.



◇지방정부의 주도적 역할 더 중요해진 시점

물론 지금 울산시가 겪고 있는 인구유출의 구조적 원인은 다양하다. 수도권 선호, 지역 경제상황 및 산업형태, 일자리구조, 주거 및 교통 인프라, 교육 및 의료 환경, 문화·관광 및 소비 수준 등의 요인들이 함께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지방광역시 중에서도 유난히 인구 순유출이 높은 울산이 겪고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바야흐로 지방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행스러운 것은 울산의 순이동률이 20년에 -1.20%로 최저치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0.85%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0.40%) 중에도 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이러한 차원에서 오는 9월13일 ‘울산의 도시경쟁력 평가 및 강화방안’을 주제로 ‘울산경제세미나’를 울산대학교와 공동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먼저 울산의 도시경쟁력을 종합 평가해 보고 이어 울산의 산업고도화 및 혁신생태계 강화방안, 울산의 도시인프라 발전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관심 있는 시민들과 관계자들의 많은 참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