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한규만의 사회와 문화(49)]업무 저몰입 시대, 리더의 변신이 필요하다

기성-MZ 세대 가치관·행동방식 충돌 리더의 긍정적 태도·신뢰 형성 급선무 멘토링과 피드백의 대상으로 다가가야

2023-09-13     경상일보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죽음과 공포 그 자체이었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지금, 그 후유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에서의 직원 ‘업무 저몰입’이라는 새로운 경향은 기업이나 정부조직의 리더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그동안 기성세대가 생각했던 가치관과 소위 MZ세대라고 일컫는 신세대간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이 크게 충돌하는 모양새이다. 대퇴사, 대량해고,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등 현상이 등장했다.

미국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용한 퇴사를 하겠다는 비율이 59%에 달한다. 어차피 나를 평생고용할 것도 아니고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 살아갈 것도 아니라면, 내 앞날에 왈가불가하지 말라는 신세대의 심리 표현일 것이다. 직무기술서에 기록된 업무만 하겠다는 신세대는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업무 몰입도는 떨어지고 생산성은 저하되고 조직의 발전은 기약이 없다.

평생 직장의 신화속에서 살아오면서 격무와 야근을 밥먹듯 해온 기성세대 관리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관리자와 피관리자간의 현실 인식 괴리는 세대차이라는 용어로 축약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정부조직이든 리더의 긍정적 태도, 신뢰 형성, 이해능력 향상이 급선무이다.

2023 갤럽의 <글로벌 직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들의 85%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직장인 중 ‘몰입해 성과를 내며 일하는 근로자(engaged employees)’ 비율은 12%로 세계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업무 몰입도는 조직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한 열쇠인데 젊은 직원들의 업무 저몰입현상은 점차 악화되고 조직 충성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갤럽조사(Q12 Research Paper)는 업무 몰입도 높은 조직단위와 업무 몰입도 낮은 조직단위간에 충성도 10%, 수익성 21%, 생산성 20%, 안전사고 70%, 지각-결근율 41%, 업무완성도 40% 등의 차이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저몰입 현상의 원인은 대개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①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 동료들의 퇴사와 해고를 목격하면서 충성도는 낮아지고 상명하복과 엄격한 위계질서에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신세대는 매우 자유롭고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도 과거 충성경쟁 사회의 가치관이 먹히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②과도한 성과중심 지시와 성과에 대한 보상 미흡에 반발한다. 심지어는 담당자의 성과를 윗사람이 빈번하게 가로채는 관행도 열심히 일할 욕망을 좌절시키고 있다. 속물근성 관리자가 강자인 윗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면서 아랫사람에게는 끝없이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조직의 발전은 약속받지 못할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일안하고 아부 잘하는 중간관리자는 즉각 퇴출시켜야 신세대의 업무 몰입도가 향상될 것이다.

③가족중시, 조기퇴직 관행과 제2의 직장을 위해 자기계발에 힘써야 하는 직장분위기로 말미암아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개념이 부상했다.

‘한국포럼’은 리더십 연구에서 하급자의 업무 몰입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첫째,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형성하고, 둘째, 직원 신뢰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셋째, 직원 개인의 몰입 욕구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두 번째 요소인 신뢰 형성을 위해서 관리자가 경청과 이해, 언행일치, 아이디어와 제안에 대한 적극적 수용 등 세가지 실천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 리더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실천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언행일치란 관리자가 스스로 수양해 덕을 갖추어 남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기본계율을 지켜야 한다. 끝으로 하급직원을 지시와 격노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상급자가 멘토링과 피드백을 주고싶은 토론의 대상으로 다가가야 우리가 소속한 조직과 정부가 발전할 것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