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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면주칼럼]싸움의 기술

싸움엔 가치를 확신하고 인생 걸어야 일신영달 잔주먹질로는 이길 수 없어 공정성 회복만이 보수가 살아남는 길

2023-10-24     경상일보
▲ 신면주 변호사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좀 조용하다 싶으면 터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구상의 이념과 영토 갈등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은 현재 인류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호전적인 최강대국에 둘러싸여 동족간의 이념 전쟁으로 아직도 휴전 중인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모골이 송연하다.

해방정국으로부터 이어져 온 좌·우 갈등이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방정책의 널뛰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대한민국은 좌우대립의 혼란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해 성립하였고, 수많은 역사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세계 10대 강국의 대열에 합류하는 기적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현 체제를 긍정하고 나라를 안정적으로 지켜가려는 보수세력이 주가 되고, 변화를 꿈꾸는 진보 세력이 견인하는 정도에서 균형을 이루는 정치 지형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보수정치 세력은 진보 세력과의 정치적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늘 밀리는 모습을 보여 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IMF로,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사태로,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세력은 연타석 카운터 펀치를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수 많은 실정과 이재명 후보의 도덕적 결함에 힘입어 겨우 실지를 회복하였으나, 보수 세력의 명운이 걸린 2024년 총선에서의 선전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생활이 연기이고 연기가 생활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 백윤식은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싸움은 주먹질만이 아니고, 인생 그 자체이다”라는 대사를 남긴다. 싸움의 가치를 확실히 인식하고 여기에 인생을 걸 때 비로소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보수정치인 중에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확신하고 여기에 인생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아마 일신영달의 잔 주먹질로 끝남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의 전통, 관습을 긍정하고 개인의 자유,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원리, 가족 중심의 삶,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평등 배제, 기회의 균등 보장,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변화 등을 중시함이 보수주의의 본질이다. 다만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부의 독점, 인간에 의한 지배, 사회적 약자의 방치, 기득권에 의한 기회균등의 형해화 등의 부작용으로 늘 기계적인 평등의 달콤한 깃발로 급격한 사회변혁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의 공격에 직면해 왔다.

결국 기회균등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공정성에 대한 확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도덕주의, 경쟁에 뒤진 사회적 약자의 배려,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개혁 정신 등이 진보의 공격에 맞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 방어선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기득권층의 장식물이 아니라 보수주의자의 행동 양식 그 자체여야 하는 것이다.

보수정치가 2030으로 지칭되는 청년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보수정치 세력을 기회를 독점해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런 기득권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 균등이라는 보수의 핵심 가치에 반하는 기득권의 혁신에 정치인생을 거는 보수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 진보와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

꼭 집어 말하자면 국회의원의 본질적인 업무수행과 무관한 특권의 폐지, 능력 있는 정치신인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공천제도의 개혁, 국회의원 음서제로 전락한 비례대표제의 보완, 모든 공기업에 대한 정치 지지자 중심의 낙하산 인사 폐지, 관가, 법조계에서 기성을 부리는 전관예우 제한, 기회균등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수시, 로스쿨 제도 등 시험제도의 보완, 실효성 있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도입 등등 공동체 전반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정치 개혁만이 어떤 정치 공학적 잔재주보다 유효하게 보수가 살아남는 길이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보수세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도 이준석 전 대표의 배제와 현 당 대표의 선출과정, 이번 강서 보궐선거의 후보 공천 과정 등에서 권력에 의한 불공정성이 노출되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신면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