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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제의 독서공방(22)]인생의 고통스런 과제물, 자기부인(否認)

(22)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2023-10-30     경상일보
▲ 설성제 수필가

살아갈수록 세상이 낯설어진다. 생각지도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부상하여 눈의 각도가 변하지 않고서는 더불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특히 문제가 바깥이 아니라 집안에서 일어날 때, 목숨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는 자식에게 일어날 때는 그것을 수용, 이해하는 데 초죽음적인 고통을 감내하게도 된다.

<딸에 대하여>(민음사)는 성소수자로서 사회문제 상에 있는 레즈비언 딸을 이해해가야 하는 엄마인 ‘나’에 대한 이야기다. 딸이 그저 소리 없이 살아주기를 바라는 엄마. 누구나 그리 여기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지향하는 엄마로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엄마를 대하는 딸의 입장도 외롭고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란 과연 어느 만큼일까?

인생에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자기 부인(否認)이다.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을 자식 앞에서 스스로 부인하는 것, 자신이 살았으나 죽은 것처럼 자기의 고집과 주장이 없어지는 것,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자아를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주인공 ‘나’는 최선을 다하여 딸을 길렀지만 어느새 세상의 다양함과 자율성을, 세상에 거침없이 생성되고 변해가는 문화를 살아가는 딸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말의 각도를 바꿔야 하고 자신을 단속해야 한다.

‘나’는 요양보호사로서 ‘젠’이라는 인물을 돌본다. 젠은 평생 홀로 살면서 사회적으로 훌륭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젠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 꿈꾸어오던 시간과 다르게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젠’을 통해 자신의 미래와 딸의 미래를 떠올리며 더더욱 딸의 삶을 애태우며 사랑과 연민을 지니게 된다. 이 만만치 않는 자기 부인의 삶을 가장 가까운 딸을 통해서 이루어가는 엄마다. 그래서 세상에 ‘엄마’라는 이름만큼 허상인 존재가 또 있으랴. 한편 허상 같은 엄마이기에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또한 ‘엄마’가 아닐까.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