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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식의 일자리&고용]일자리 미스매치 현상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들의 중소 제조업 기피현상 심화 원-하청, 대-중기의 동반성장 노력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해소의 첫걸음

2023-11-01     경상일보
▲ 문상식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연구평가팀장 고용안정지원센터장

지난 8월7일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초저가 물건의 시대가 위협받고 있다(The Era of Ultracheap Stuff Is Under Threat)”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골자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의 제조업 기피현상과 임금상승으로 더 이상 초저가 물건을 누리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들 아시아 개도국에서도 청년의 일자리 선호가 바뀌고 있으며 제조업에서 청년을 고용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높은 청년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경험하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개도국들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서 임금이 오르고 3D(Difficult, Dirty, Dangerous) 분야의 일자리를 기피하게 되는 현상은 우리도 일찍이 경험한 바 있듯이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을 경쟁력으로 삼아온 다수의 제조업체는 더 낮은 임금을 찾아서 생산거점을 이동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왔고, 지난 30년간 중국 등 아시아 개도국들은 이 같은 저렴한 임금을 바탕으로 주요 글로벌 생산거점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지금, 옮겨갈만한 저임금 생산거점을 찾는 것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는 형태로 고용을 유지하려고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한 기업은 젊은 노동자를 유지하기 위해서 카페를 짓고 무료 요가 댄스 수업을 제공한다고 한다.

조금 더 복잡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 울산의 상황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의 중소 제조업 기피 현상은 이미 오래된 사안이지만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구인기업들의 처우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젊은이들의 배부름을 탓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고 중국도 베트남도 이런 상황 아닌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결국 기업이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한 과제는 분명해 보이는데, 이를 해결할 여력이 지역 중소업체들에게 있는지 의문이다. 울산은 원·하청 간 이중 노동시장의 특징이 매우 두드러지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수의 지역 중소 제조업체가 거대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 납품을 하고 있고, 이들 원·하청 간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의 격차는 매우 크다. 이러니 현대자동차 생산직 모집에는 무려 18만명이나 몰리지만, 현대자동차로 납품하는 하청 부품업체는 생산직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하청 중소업체의 여건이 지금과 같다면 청년 구인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고 자칫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이내 대기업 혹은 원청업체에게로 전해지게 될 것이다. 이 분야의 우등생 국가인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의 원·하청 혹은 대·중소기업 관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하청 혹은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사실상 우리 노동시장에 만연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의 첫걸음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정부의 고용정책이 내년부터는 빈 일자리 대책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원·하청 혹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충분히 뒷받침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상식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연구평가팀장 고용안정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