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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52)]촘촘히 vs 많이

2023-11-13     경상일보
▲ 김남호 철학박사

얼마전 ‘촘촘히’와 ‘많이’를 둘러싼 한 문제로 화제가 됐다. 고등학교 시험 문제에서 전류의 세기를 크게 하는 방법에 관한 서술형 문제를 출제했다. 학생은 답으로 ‘코일을 촘촘하게 감는다’라고 표현했으나 오답 처리됐다. 정답은 ‘코일을 많이 감는다’였기 때문이다. 한 동안 ‘촘촘히’와 ‘많이’를 둘러싼 논의가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졌다.

4지 선다형 문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서술형 문제가 공교육에 도입됐다. 그러나 서술형 문제 역시도 정답에 해당하는 답을 정확하게 써야한다는 점에서 4지 선다형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촘촘히’나 ‘많이’는 의미가 달라서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개념은 맞다. 다만 생각해볼 지점은 우리 공교육이 여전히 ‘수렴적 사고’에만 익숙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수렴적 사고는 기존의 지식을 활용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이다. 과학 철학자 토마스 쿤이 과학자들은 주어진 패러다임 내에서 과학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하면서 주목을 받은 개념이다.

반면, ‘발산적 사고’는 기존의 지식이나 상식을 벗어난 생각을 말한다. 보통 살바도르 달리나 마르셀 뒤샹 같은 예술가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발산적 사고’는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분야의 학술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중요하다. ‘발산적 사고’를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못하면,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하는 엉뚱한 몽상에 그칠 위험이 있다. 반면, 잘 사용한다면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발산적 사고’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은 지식을 습득하더라도 ‘발산적 사고’를 발휘하면 능동적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지식이라도 훨씬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다. 물론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 같은 과학자들에게서처럼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의 균형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촘촘히’와 ‘많이’를 둘러싼 뉴스를 보고 아쉬운 느낌을 감출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 학생들은 얼마나 자유분방하게 상상하고, 추론하고, 표현하고 있는가?

김남호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