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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39)]마른 잎새를 좋아하는 낙엽버섯

2023-11-20     경상일보
▲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가을의 끝자락이자 겨울의 시작인 11월, 도로와 산책로마다 낙엽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낭만을 상징하는 낙엽이 누군가에게는 ‘골칫덩이’가 되기도 한다. 지자체마다 형편에 따라 낙엽을 수거해 태워버리기도 하고 천연비료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낙엽 수거는 봄에 파릇파릇 싹이 나와 여름 내내 우리에게 푸르름과 풍성함을 주다가 날씨가 추워져 제 갈 길 가는 것이니 우리가 도시에서 녹음의 혜택을 계속 누리려면 당연히 치러야만 하는 연례행사인 것이다.

잎은 식물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것을 먹는 곤충은 물론 버섯도 중요하게 이용한다. 김경숙 저 <쉽게 찾는 우리버섯>은 우리나라 버섯도감 중에서 유일하게 259종의 버섯을 땅, 나무 위, 낙엽 위 등의 발생장소에 따라 구분해 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낙엽 및 나뭇가지에 발생하는 버섯으로 낙엽버섯속(앵두낙엽버섯, 큰낙엽버섯, 연잎낙엽버섯, 애기낙엽버섯, 말총낙엽버섯), 애주름버섯속(흰애주름버섯, 맑은애주름버섯), 선녀버섯속, 꽃애기버섯속, 밤송이자루접시버섯 등을 열거하고 있는데 단연 낙엽버섯속과 애주름버섯속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 독특한 색을 자랑하는 앵두낙엽버섯.

애주름버섯속의 버섯들은 버섯 대가 연약해 쉽게 부러지고 한번 말라버리면 다시 제 형태를 회복하지 못하는 반면에, 낙엽버섯속의 버섯들은 대가 질기고 탄력이 있어 잘 부러지지 않으며 말라버린 버섯도 다시 물에 담가두면 제 형태를 찾는다는 차이가 있다.

낙엽버섯속의 속명(屬名)인 마라스미우스(Marasmius)는 ‘마르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마리아노(maraino)’에서 유래한다. 이것들이 낙엽 위에 발생하므로 금세 건조되어 곧 말라버린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00종이 있고 국내에는 51종이 알려져 있다.

습기가 공급되면 원상을 회복하는 낙엽버섯의 특성에 주목하여 낙엽버섯속의 일본명은 보우라이타케(蓬萊茸, 봉래용)라 한다. 봉래는 신선이 산다고 하는 삼신산의 하나로서 금강산의 별칭이기도 하다. 낙엽버섯을 뜻하는 보우라이(봉래)는 말라도 죽지 않는(되살아나는) 의미를 살려 ‘불사’의 의미로 발전시켜 버섯 이름에 사용한 것이다.

낙엽버섯들은 곧 매서운 겨울이 오지만 다시 내년의 새봄을 미리 준비하는 버섯이기도 하다. 가는 세월이 더욱 아쉬워지는 11월, 말라 죽어버린 낙엽에서 새 생명을 기약하는 희망의 버섯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