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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제의 독서공방](23)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만남과 이별, 그 단순한 인생의 노래

2023-11-27     경상일보
▲ 설성제 수필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노르웨이 극작가로 유명한 ‘욘 포세’이다. 그의 희곡이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으며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 한편 2014년도 출간된 세 편의 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평을 받았고,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오르는 영광을 받아왔다.

2019년도에 출간된 <아침 그리고 저녁>의 한국어 번역은 작가의 원문이 아닌 독일어판을 번역한 것으로써 작가의 독특한 문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한 사람의 생(生)과 사(死)의 단순하고도 적나라한 모습을 반복적인 표현법으로 구사하는 낯선 운율이 소설 치고 특이하다. 게다가 생과 사 사이의 삶을 함축함에서 오는 그 상상의 나래를 통해 결국 삶이란 무엇일까에도 천착하게 하는, 정말 새로운 발상과 기법을 보여주는 듯한 소설이다.

그러나 인생의 결국은 죽음이다. 어쩌면 죽음 이후를 진정한 인생으로 볼 수도 있겠다. 죽음과 함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는 그 첫걸음, 그 길목에서 어쩜 그토록 깊디깊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맞이해야 하는지. 죽어서도 이 깊은 고독과 그리움을 보듬어야한단 말인가. 죽은 자가 느끼는 이 서늘함이 결코 낯설지 않는 것은 산 자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겠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가는 길에 존재할 뿐 삶과 죽음이 한 선상에 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지위를 막론하고 한 인생의 지나온 길, 그리고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저 너머의 길도 참으로 먹먹하기 짝이 없다.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은 1장, 주인공 요한네스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 올레이의 설렘으로 시작하여 바로 2장 요한네스의 죽음을 보여줌으로 끝을 낸다. 죽은 요한네스의 평소와 똑같은데 뭔가 다른, 무거운 듯 가벼운, 삶과 죽음에 마디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문장의 반복으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 여운과 함께 페이지를 덮는다.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