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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44)]늦가을 정원에서 봄을 준비하며

2023-11-29     경상일보
▲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애써 가꾼 정원의 꽃과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주지 않으면 애가 탄다. 현장을 조사하고 설계를 하고 정원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신경을 써서 고르고 고른 나무가 잘 자라주면 더없이 감사한 일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세가 약해지면서 난감한 상황도 생긴다. 죽은 나무를 제거하고 다시 심는 것을 반복하기 전에 원인을 먼저 분석해 보아야 한다.

경기도 광주 퇴촌면에 있는 세븐시즌스(seven seasons)가든(사진)은 정원주의 열정이 가득 담긴 정원이다. 새롭게 정원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늘 찾아가 보고 싶은 정원리스트에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정원 조성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직접 듣고 싶어 찾게 되었다.

일곱계절(초봄, 봄, 초여름, 한여름, 가을, 늦가을, 겨울)가운데 늦가을 마주한 정원에서는 봄을 그려보는 즐거운 상상은 덤이다. 감싸 안은 주변 풍광과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반가운 식물 소재들이 겨울을 기다리며 서로 어우러진 모습이 정겹다.

이곳도 올가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조성 당시 건축을 위해 장비가 다니면서 다져진 땅이 배수가 되지 않아 식물 생육에 문제가 발생했다. 식물을 심기 전 예상하고 조치했음에도 여름을 지나고 수세가 왕성해져야 하는데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뽑히는 현상이 생기자, 가을부터 땅을 다시 갈아엎고 유공관을 묻었다고 한다. 전체 정원에 배수를 위해 크고 작은 난석을 섞어서 토양도 개량했다 한다. 돌아 나오는 길에 잣 껍질을 멀칭재로 쓰는 비법도 듣게 되었다. 정원을 잘 가꾸는 데는 축적된 경험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알묘조장(揠苗助長)’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곡식이 빨리 자라도록 하려고 이삭을 뽑아 올려 모두 죽어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성급한 마음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말이다.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면 천천히 정석대로 해결해나가면 된다. 늦가을 정원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이듬해 봄을 준비해 본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