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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의 더불어나무(23)]삼남면 도호공원 팽나무

2023-12-06     경상일보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울산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 1604-1에 있는 500년 된 팽나무 보호수(사진) 이야기다.

KTX울산역이 들어서기 전 삼남면 신화리 도호마을의 할배 당산나무였다. 할매나무는 인근 수남마을 팽나무지만 지금은 고사하고 흔적만 남아 있다. 정월대보름날 자정에 제를 지냈다. 신라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해 오는 오래된 나무다.

마을 회관 옆 감나무 밭 앞 비탈진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다. 세 개의 굵은 가지 곳곳에 있는 근육 같은 혹과 판근(板根)들이 기운 센 장군 같은 모습이다. 나무아래로 제당과 마을 쉼터로 이용하기 위해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늘도 좋았다. 또한 경사진 곳이라 물 빠짐도 문제는 없다.

나무는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주변 환경만 바뀌었을 뿐이다. 나무 주변 마을은 사라졌다. 망향비만 나무와 함께 한다. 주변은 빌딩 숲이 되어간다. 나무 주변 땅들이 높아지다보니 나무는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됐다. 이에 따라 비만 오면 자연스럽게 물이 나무쪽으로 흐르게 됐다.

지난 일요일 찾은 나무 아래 배수로에는 물이 제법 많이 고여 있는 모습이었다. 최근에 비가 오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많은 양이다. 배수가 잘 안돼 ‘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모양새다. 뿌리 아래로 물이 저 만큼 고여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뿌리는 숨을 쉬어야 하는데 물속에 있으면 썩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연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서쪽 굵은 가지 하나와 남쪽 작은 가지 하나가 잘려 나간 흔적을 남겼다.

몇 년 전 필자는 물 빠짐이 필요하다고 해 펌프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후 상태가 좋아지는 듯했으나 다시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배수로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전체적인 물 관리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근 주민들이 나무를 만지고 주변을 돌면서 무엇인가를 기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누군가의 건강과 행복이라면 나무의 건강과 행복도 함께 기원해 줬으면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