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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75)]척하지 말자

2023-12-22     경상일보
▲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

노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부터 시작하고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하면서, ‘천 길의 높은 둑도 땅강아지와 개미구멍에 의하여 무너지고 백 척의 높은 집도 굴뚝 사이로 새는 연기로 인해 타버린다’라고 했다. <도덕경> 63장에 나오는 말이고 <한비자> ‘유로’에 나오는 말이다. <순자> ‘자도’ 편을 보면, 공자가 애제자 자로를 훈계하면서 본시 장강은 사천 땅 오지에 자리한 민산(岷山)에서 시작되는데, 그것이 시작될 때의 물은 겨우 술잔 하나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양이다고 했다.

처음부터 어려운 것은 없고, 처음부터 큰 것도 없다, 세상의 이치는 작은 것이 있어서 큰 것이 있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어른은 없다. 그런데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이 어른인 줄로 알거나 아니면 어른인 척하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어른인 줄 알든 어른인 척하든 그는 절대 발전할 수 없으며 끝내는 화를 입기 쉽다.

어린아이였던 적이 없는 어른이 없는 것이기에 어린아이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다 아는 것은 아니니 처음에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으면 그는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냥 내내 모르는 존재로 남을 것이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 말은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는 것이 아니라 바늘구멍을 그대로 놓아두면 황소바람이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새해에는 척하는 것을 버리자. 그냥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자. 부끄러운 것은 작은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 데에 있다. 작은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커질 수가 없다. 큰 척하면 영원히 클 수 없다. 게다가 척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간은 거짓을 밝히는 좋은 약이기 때문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