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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多事多感(12)]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고연령 시대 노후 빈곤은 인류의 고민 세밑 낮고 춥고 어두운곳의 이웃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나눠야할 시간

2023-12-27     경상일보
▲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어느새 2023년 계묘년이 세밑입니다. 2023년이 저와 같은 전후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한 획이 정리되는 해입니다. 한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간에 태어난 나이 세대를 말합니다. 그 세대에 713만명이 태어났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단카이(團魂) 세대로 일본의 어느 소설가가 소설에서 만들어낸 이름으로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집단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 한국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해부터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둔화한 1963년까지입니다. 베이비부머의 막내인 1963년생이 올해로 직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베이비부머가 노인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이미 1955년생이 2020년부터 65세 노인 인구에 진입했으며 내년부터는 1959년생이 노인 인구에 합류합니다. 이로써 1950년 ‘한국 전쟁’이 만들어낸 베이비부머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에 합류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노인 빈곤’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에서 4명이 빈곤층인 것을 알고 계십니까? 흔히 드는 비유로 OECD 국가 중에서, 65세 노인 평균 고용률이 우리나라가 34.9%로 1위입니다. 노인이 일한다는 것, 그만큼 노인들이 살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위는 일본으로 25.1%입니다.

노인 빈곤 문제가 베이비부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연령을 말합니다. 현재 이들은 약 615만 명 정도로 우리나라 인구의 12.2%에 해당합니다. 주로 50대 초반인 그들이 노인 세대로 편입될 때도 같은 고민, 같은 걱정을 할 것입니다. 그들이 앞 세대와는 달리 평균 자산 7.5억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노인 빈곤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지만 노후 준비의 적정량이 얼마쯤인지 계산이 어렵습니다. 준비한 연금으로도, 국가의 지원으로도 그건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재산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노후 빈곤과 노후 문제는 고연령 시대를 사는 인류의 고민일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해당 세대가 직면하는 불안과 고민이 깊고 큰 것은 사실입니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세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는 하루 일급 8시간 기준으로 7만8880원입니다. 월~금요일 주 5일 근무에 월 209시간 일하면 월급 206만740원을 받게 됩니다. 올해와 비교하면 2.5% 인상이라고 하지만, 금액으로 비교하면 5만160원이 인상되었습니다. 1만 원으로 한 끼 해결이 어려운 고물가 시대에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물론 이 월급엔 4대 보험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를 제하고 월급으로 받는다면 186만7890원 정도라고 합니다. 젊은 세대에겐 아르바이트 정도로 이해되겠지만, 노인 세대에겐 이 수준을 받는 일자리라도 언감생심 꿈 같은 자리입니다. 그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일하는 기회는 노인들에게 더욱 좁디좁은 문이라는 현실입니다. 노인이 일하는 이유의 1위는 생계비 마련으로 74%입니다. 건강 유지의 이유는 8%에 불과하다니, 노인 빈곤은 ‘죽지 못해 산다.’라는 극한의 끝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노인으로 편입되면 우리 사회의 지형도는 크게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유하자면 노인들은 도심까지 먹을 것을 찾아 날아드는 산비둘기 신세로 전락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나는 그 비둘기 무리의 모습에서 폐지를 줍는 이웃 노인들이 모습이 겹칩니다.

우리가 믿는 신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폴 고갱이 낙원을 그린 제목처럼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낙원이 어디에 있습니까? 천국이며 극락인 낙원이 있긴 있습니까? 우리를 구원할 것은 우리뿐입니다. 세밑에 우리 주위의 낮고, 춥고, 어두운 곳의 이웃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할 시간입니다. 사랑으로 나누고 사랑으로 손을 내미는 온정의 시간이 절실한 시간입니다.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