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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상일보 신춘문예/동시]생생한 동심 찾기 어려워 ‘당선작 없음’

심사평-손동연

2024-01-02     전상헌 기자
▲ 손동연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된 뒤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는가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긴 이는 피카소다. 그는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데 40년이 걸렸다고도 했다. 즉, 동심으로서의 회귀가 상상력의 회복이요 창조의 발원이라는 고백이다.

본심에 올라온 10명의 작품 36편을 읽는데 왜 이 말이 문득 떠올랐을까. 대부분의 동시에서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 어른거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생생한 동심은 찾아보기 드물고, 흔한 소재와 뻔한 내용을 낡은 표현으로 느슨하게 풀어낸 작품들은 너무 많아서.

그래도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되새김질하며 읽고 또 보았다. 단순, 명쾌, 소박함으로 ‘지금, 이곳’의 동심을 노래한 시, 다 말하지 않아서 더 말 걸어 오는 ‘시’를 찾으려고.

‘아마도 빗방울’은 ‘빗방울은/ 두근대는 심장’이라는 비유로 눈길을 끌었으나 곧바로 ‘심장을 가진 게 분명해’라고 단정적으로 확정해 버림으로써 독자가 끼어들 상상력의 확장을 줄이는 역효과를 빚었다. ‘텃밭 그림’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낯익은 정서라서 새롭지 않았다. ‘생일’과 ‘문득’은 시를 많이 써 본 솜씨다. 그런데, 시가 아니라 동시(동심+시)로 녹여내는 데는 미흡했다. 끌림은 공감에서 나오고, 울림은 감동에서 나온다. 일차 독자인 아이들이 이 시의 정서에 공감하고 감동할까.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지만 어른을 줄인다고 어린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 쓰기가 시 쓰기보다 그만큼 더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신인이라면 마땅히 ‘새롭게, 다르게, 나답게!’라는 개성적인 자기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참신한 시상, 작품의 완성도, 발전 가능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뽑고자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2024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은 ‘당선작 없음’으로 매듭지었다.

손동연 약력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시(1975),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1980),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1983) 당선
-동시집 <참 좋은 짝> <뻐꾹리의 아이들> <날마다 생일> 등 출간
-대한민국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 등 수상